[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1차 지명의 실패와 암흑기, 문동주와 김서현에게 거는 기대

한화이글스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동주(왼쪽)와 김서현(오른쪽).
한화이글스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동주(왼쪽)와 김서현(오른쪽).

구기 종목 중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을 보유한 종목은 야구다. 야구는 1군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퓨처스(2군), 재활군 등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선수가 운동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3명을 포함한 정식 선수를 제외하고 육성선수(과거의 연습생) 제도까지 있기에 한 팀에 최대 90여 명에 달하는 선수를 보유한 구단도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80여 명 선수에서 선수단을 운영한다.

각 구단이 선수를 선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선발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를 지명해서 계약하는 것이고 다음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한 선수를 테스트를 통해 육성선수로 선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FA 조건이 충족된 선수를 ‘FA 계약’을 통해 영입하거나 트레이드(선수 간, 현금, 지명권 양도 등)로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선수 영입은 ‘신인’을 선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국프로야구는 그동안 다양한 ‘신인 지명제도’를 통해 선수 수급이 이루어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연고지 선수를 대상으로 한 ‘1차 지명제’와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전면 드래프트제’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논란으로 두 ‘신인 지명제도’는 교차적으로 운영되기도 했지만, 2021년 ‘전면 드래프트제’로 정리된 상황이다.

한화이글스, 뽑을 선수가 없었던 최근 10년의 1차 지명 잔혹사 그리고 암흑기

한화이글스는 2010년대 중, 후반을 관통하는 ‘1차 지명제’에서 좋은 기량과 가능성을 가진 선수를 지명하지 못했다. 연고지 선수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NC와 KT의 창단으로 인해 연고지 내 우수 선수가 창단 구단에 우선 지명되는 사례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기량과 가능성’을 가진 선수의 선발은 ‘성장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그렇지 못했기에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팀의 중심이 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암흑기에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선수 선발 당시 기량이 중요하냐, 입단 후 어떻게 성장을 시키느냐가 중요하냐의 문제가 있지만 일단, 논외로 두고 ‘좋은 기량과 가능성’을 가진 선수의 선발이 얼마나 이루어졌느냐를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한화이글스의 ‘1차 지명 신인 선수 선발’을 살펴보도록 하자.

2014년 1차 지명제(청주고 투수 황영국 지명) 
2015년 1차 지명제(북일고 투수 김범수 지명)
2016년 1차 지명제(경희대 야수 김주현 지명) 
2017년 1차 지명제(북일고 투수 김병현 지명)
2018년 1차 지명제(북일고 투수 성시헌 지명)
2019년 1차 지명제(북일고 야수 변우혁 지명)
2020년 1차 지명제(북일고 투수 신지후 지명) 
2021년 1차 지명제(부산고 야수 정민규 지명)
2022년 1차 지명제(진흥고 투수 문동주 지명)
2023년 드래프트제(서울고 투수 김서현 지명)

10명의 1차 지명 선수 중 현재 한화이글스에 중심이 된 선수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바로 2015년에 지명된 좌완 투수 김범수다. 현재 한화이글스 불펜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나머지 9명에 대해서 간단하게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2014년 황영국은 1군에서 통산 28경기 승패 없이 4홀드만을 기록하고 9.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지난 시즌 후 방출됐다.

2016년 김주현은 1군에서 통산 28경기 출장에 그쳤으며, 2020년 롯데로 트레이드되었다. 2017년 김병현(개명 후 김태욱)은 아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고 한 차례 방출 후 다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퓨처스에서 훈련에 매진 중이지만 퓨처스에서도 6.94의 통산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성시헌은 1군 무대를 밟기는 커녕, 2018시즌이 끝난 후 방출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바 있다. 2019년 변우혁은 오랜만에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1차 지명 선수였으나 동기인 노시환에게 밀리면서 결국, 2022시즌 후, 기아로 트레이드되었다. 변우혁은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성장 곡선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2020년 신지후는 한화이글스 프랜차이즈 포수 신경현의 아들로 좋은 신체조건을 갖춘 우완 파이어볼러다. 하지만, 제구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1군 무대 두 경기, 세 타자를 상대한 게 전부인 상황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전환이 되면서 한화이글스 전력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1차 지명제에 변화가 있었다. 바로 하위 세 개 팀에 대해서 소위 ‘전국 지명’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1차 지명을 한 후, 남은 선수를 지명해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2021년 지명한 선수가 부산고 내야수 정민규, 2022년 광주진흥고 투수 문동주였다. 그만큼 한화이글스의 연고 지역에 우수 선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지막으로, 2023년 지명자는 ‘전면 드래프트제’로 신인 선수 선발제도가 바뀌면서 전체 1순위로 선발한 서울고 투수 김서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10년간 제일 먼저 선발한 신인 선수 10명 중 1군 주력 선수는 김범수, 한 명에 불과하다. 두 명(황영국, 성시헌)은 유니폼을 벗었고 두 명(김주현, 변우혁)은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으며, 두 명(김병현, 신지후)은 퓨처스에서도 좋지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한화이글스는 ‘전국 지명’으로 뽑은 두 명의 1차 지명자(정민규, 문동주)와 올 시즌 신인 김서현의 성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정민규는 상무에 입단해 군 복무를 이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화이글스의 ‘1차 지명 잔혹사’를 끊을 선수는 두 명으로 압축된다. 바로 문동주와 김서현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문동주와 가능성이 충분한 김서현의 성장이 한화이글스의 미래

문동주와 김서현은 소위 말하는 ‘전국구 탑 클래스’인 선수들이다. 광주진흥고 출신의 문동주는 2022년 기아타이거즈가 1차 지명한 내야수 김도영과 함께 마지막까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던 대형 투수였다. 하지만 기아가 내야수 김도영을 선택한 덕분에 한화이글스는 전국 랭킹 1위 투수를 선발할 수 있었다.

150km/h 중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문동주는 투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많은 공을 던졌다. 한화이글스는 대형 유망 투수를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관리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였기 때문이다. 무리가 간 어깨에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성장이 끝나지 않은 몸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다행히 2022시즌에 1군에 데뷔한 문동주지만, 이내 부상이 생기면서 마음껏 1군 무대에서 활약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졌던 순간만큼은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피칭을 선보였다.

문동주는 데뷔 시즌에 13경기, 28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다. 전국 랭킹 1위 유망주 투수가 기록한 성적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드러난 수치가 전부는 아니었다. 문동주는 155km/h에 달하는 패스트볼과 커브 그리고 슬라이드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꽤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특히, 13경기 중 4경기에 선발로 출장했는데, 9월 이후 출장한 마지막 선발 세 경기에서 꽤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한계 투구 수 80개를 상정하고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는 세 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채웠고 각각 1실점, 1실점, 4실점(3자책점)을 하면서 우승팀 SSG랜더스를 상대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마지막 세 경기의 세부 기록은 15이닝 소화에 10안타(1홈런), 8볼넷 허용, 20개의 탈삼진을 잡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은 신인 선수들이 흔히 범하는 초반에 쉽게 난타를 당하면서 무너지거나 도망가는 피칭으로 투구 수가 많아져서 이닝 소화하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동주는 스미스와 페냐 그리고 김민우에 이어 장민재, 한승혁, 남지민과 4-5선발 경쟁을 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문동주에 큰 신뢰를 보여주면서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변화구로 커브만을 소화했던 문동주에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전수한 로사도 코치 역시 문동주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문동주에게는 2023시즌에 동기부여 될 수 있는 상황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조건을 갖췄으며, 9월에 있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노려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동주가 2년 차 시즌에 선발 투수로 안착할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 최하위 탈출과 비상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고 출신의 김서현은 한마디로 ‘당찬 소년’이다. 하지만 ‘속 깊은 청년’이기도 하다. 많은 투수가 선발로 뛰기를 원하지만, 김서현은 ‘마무리’를 원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이번 시즌의 목표는 ‘50세이브’란다.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이 47세이브다. 여기에 한화이글스가 최근 3년간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따낸 승수는 불과 46승, 49승, 46승에 지나지 않는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목표지만 과감하게 표현한다. 당찬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김서현의 프로 첫 등번호는 ‘54번’이다. 고등학교 때 롤모델인 ‘故 최동원’의 11번을 달았지만, 선배인 남지민이 사용하고 있었기에 고민 끝에 ‘54번’을 선택했다. 하지만, 남는 번호 중에 마냥 고른 게 아니었다.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고등학교 친구의 등번호란다. 그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선택한 번호가 ‘54번’이다. 속 깊은 모습이다.

김서현은 변형적인 투구 유형과 변칙적인 인터벌로 타자를 어렵게 한다. 물론, 전지훈련을 통해 이런 김서현의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될지 확인해봐야 하나 분명한 것은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고민을 기울였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한, 김서현은 문동주와 마찬가지로 150km/h 중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등 매우 다양한 변화구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과연, 프로에서 어떤 변화구로 타자와 상대하게 될지도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문동주가 선발로 안착하고 김서현이 빠르게 불펜에 적응하면서 정우람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로 거듭난다면 한화이글스의 마운드 전력은 크게 상승할 것이다. 여기에 ‘1차 지명 잔혹사’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은 ‘1+1’과 같은 보너스 개념이 될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