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부모는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솔직함을 가르치기 위해서 이솝 우화 중 하나인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수시로 해준다. 그리고 거짓말을 했을 때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또 거듭해준다. “거짓말은 나쁜 거야. 잘못을 했어도 솔직하게 말해야 용서를 받을 수가 있어.”를 입이 마르도록 말을 한다. 그래서 교육이 아닌 잔소리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솔직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덕목인지도 모른다. 특히, 성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솔직하게 진술하고 반성정도에 따라서 또는 초범인지에 따라서 형벌이 경감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솔직함이었다. 어쩌면 나의 솔직함은 유아적인 솔직함이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있는 일들을 그대로 이야기를 한다. 좋았던 것도, 감정이 좋지 않았을 때의 일들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좋은 것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입을 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은 솔직하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것은 선생님이 잘못 말해서가 아니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선생님과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솔직해서 상처를 받는 선생님을 보면, 많이 안타깝고 아파요. 나는 선생님이 어떤 마음에서 말을 하는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곡해서 듣다보니 전혀 생각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 선생님의 솔직함을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교수님의 조언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어라’란 말씀이었다. 

나에겐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 뻗어라’처럼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실수가 아닌데, 오해를 받고 오해로 인해서 고스란히 상처는 내 몫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그렇다고해서 “지금은 분별력이 있느냐?”라고 물어본다면 ‘아니요’라고 답을 할 것이다. 그래서 매일 ‘분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간구하는 기도를 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약한 부분이 있다. 또한 약한 부분이 없다하더라도 각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 좋은 내용만을 골라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과연 듣는 사람에게 좋은가를 생각해봤다. 반대로 자신의 입장에서 부정적이고 불편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듣는 사람에게 좋은가를 생각해 봤다. 역시나 이쪽이든 저쪽이든 가히 좋은 것이 아니라는 주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열 받을 때는 수다쟁이가 된다. 솔직함이라는 엄청난 과정 된 가면을 쓰면서 일어난 사건을 전개한다. 그리고 너무나 세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까지도 토해낸다. 그것이 때론 자신에게 화근이 되기도 한다. 부메랑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런 불편한 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내가 불이익만 본 것도 아닌데, 나는 일거수일투족이 유아적이어서 참 힘들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 있어서 솔직함은 나의 어리석음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런 문자를 받았는데,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는데, 이렇게 느끼는 감정이 맞는지 알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 듣는 사람에게 간접적 평가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을 늦게 서야 깨닫게 되면서 너무나 내가 미숙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나에게 ‘솔직함’은 때론 ‘미숙함’이었다. ‘미숙함’은 쉽게 표현하면 ‘서투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사람을 참 많이 좋아하면서도 소통의 서투름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어쩌면 소통에 관해서는 걸음마정도라서 앞으로도 더 많이 배워야 하고, 더 많이 성장해 가야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미숙한 솔직함으로 인하여 상처를 줬다면 조금씩 성장하는 자세로 보답해 드리는 것이 현재로서 나의 역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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