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매운 바닷바람이 東피랑으로
나를 끌고 올라와
冬피랑이나 凍피랑이라
부르라며 귓볼에다 윽박지른다

뭐라고 따지려다가 지난 여름
西피랑인지 暑피랑인지에
올랐을 때 녀석이 불어와서
더위 쫓아준 고마운 기억이 돋아나 
그냥 입을 닫았다

일상이든 여행이든 우연한 공교로움은 세상을 조금 달리 보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통영을 여행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코로나가 멈춘 일상을 잠시나마 녹인 느낌이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통영은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동피랑과 서피랑이라 불리는 언덕에 오르면 알 수 있다. 동쪽벼랑, 서쪽벼랑이란 뜻인데 옛날에는 먼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적선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단다. 

지난 여름에는 서피랑에, 이번에는 동피랑에 들렀다. 동피랑은 벽화로 치장돼 있었다. 아름다운 글에 간혹 멋진 삽화가 들어간 동화책처럼 형형색색 벽그림에, 포인트처럼 예쁜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다. 예쁜 건 예쁜 거고 몹시 추웠다.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얼렸다. 

여행을 마치고 찍은 사진과 느낀 감정을 돌아보니 동피랑이 공교로웠다. 겨울에 오른 동피랑, 더위에 오른 서피랑... 우연한 동음이의어를 소재로 시가 써졌다. 東, 冬, 凍과 西와 暑를 엮었다. 더위를 식히지만 추위도 가중시키는 바람에 대한 마음을 썼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우연은 도처에 널린 것 같다. 잘만 찾으면 재미난 이야기거리나 좋은 시감이 된다. 바쁘거나 여유가 없어 그걸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시의 효용은 역시 발견하는 습관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 발견이 일상과 여행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시를 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예쁜 것들이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참칭시인의 마음이 벌써 남쪽 저만큼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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