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투수진 관건은 토종 선발, 내야 백업과 외야 주전 찾기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29일 전지훈련 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면서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사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선수 명단.

본격적인 2023시즌이 시작됐다. 2023시즌의 개막은 4월 1일(토)이지만 10개 구단의 2023시즌 시계는 이미 출발했다.

10개 구단이 본격적인 전지훈련 모드에 들어간 가운데 과연 어떤 선수들이 전지훈련의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 개막 엔트리에 입성하느냐, 그리고 감독의 눈에 들어 2023시즌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느냐가 바로 전지훈련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구단마다 일정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구단이 1차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올 시즌의 전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2차 전지훈련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은 후, 시범경기에 임하게 된다.

1차 전지훈련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과 1군 무대에서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점검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2차 전지훈련에서는 1차 훈련에서의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얼굴의 등장 가능성도 점검하는 방향으로 다시 전력을 가다듬게 된다.

한화이글스 선수단은 어제(1월 29일) 전지훈련 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떠났다. 수베로 감독을 포함한 57명의 선수단은 내달 24일까지 미국에서 훈련을 이어가게 되고 내달 27일부터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히게 된다.

전지훈련 선수 명단을 보면, 대략적인 2023시즌 엔트리 운용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주전 자원과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포함하고 백업 요원까지 명단에 넣어 꼼꼼하게 전력 누수가 없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게 고정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발생할 변수에 따라서 명단은 바뀌게 된다.

한화이글스는 투수 22명, 포수 4명, 야수 16명 등 42명의 선수로 1차 전지훈련 명단을 추렸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정은 아니지만, 이 선수들이 2023시즌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번 전지훈련 선수 명단을 통해 2023시즌 엔트리 운용에 대한 예상을 해보고자 한다.

토종 선발진의 활약이 관건, 새로운 얼굴 가세할 불펜진의 활약은 성적과 직결

주장 정우람을 필두로, 외국인 선수 스미스와 페냐가 포함된 투수진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정우람, 장시환, 김민우, 남지민, 문동주, 한승혁, 장민재, 김재영, 박상원, 한승주, 김범수, 강재민, 이태양, 김종수, 윤대경, 윤산흠, 주현상, 김규연, 박준영, 김서현, 스미스, 페냐 총 22명이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무엇보다 고졸 신인으로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김서현이다. 신인 투수 중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되었다. 그만큼 김서현에 갖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지훈련을 통해 김서현이 어떤 보직에 적당한지를 점검하고 프로 무대 적응을 위한 훈련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알려진 대로 본인이 원하는 불펜 쪽에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 한화이글스는 굉장히 훌륭한 불펜 자원을 얻게 될 것이다.

트레이드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한승혁도 명단에 포함되었다. 한승혁의 빠른 공에 집중한 손혁 단장은 반드시 한승혁을 투수진의 전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한승혁은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 가능한 선수이기에 한승혁이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 투수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신인 김서현과 한승혁이 본인들의 잠재력을 전지훈련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 투수진은 지난 시즌에 비해 크게 전력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수 스미스와 페냐 그리고 김민우까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적이고 베테랑 장민재와 한승혁, 유망주 남지민과 문동주가 선발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선발 후보군인 이태양과 한승주, 박준영이 명단에 포함되어 예비 전력으로 점검을 받게 된다.

2023시즌 한화이글스 투수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토종 선발진의 안정과 활약이다. 외국인 투수의 활약을 상수로 놓고 토종 선발진이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김민우가 2021시즌과 2022시즌 후반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남지민과 문동주의 성장 그리고 장민재, 한승혁의 지원이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질 것이다.

신정락의 방출과 윤호솔의 보상 선수 이적으로 지난 시즌 불펜에서 활약한 두 선수를 잃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불펜진은 그 어느 시즌보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꽉 찬 느낌이다.

박상원이 군 복무 후 지난 시즌 막판에 합류해서 건재를 과시했고 지난 시즌 불펜에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던 윤산흠이 좋은 경험을 쌓은 채,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여기에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온 김규연이 잠재력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김범수, 강재민, 김종수, 주현상에 선발로 보직 변경에 실패했던 윤대경이 다시 합류하면서 중간 불펜진은 촘촘하게 전력 보강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주장의 중책을 맡은 정우람의 부활과 FA 계약을 체결한 장시환의 존재는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전력의 핵심 역할까지 해줄 것으로 보인다.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좌완 선발로 기회를 받았단 김기중과 질롱코리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이황은 언제든 1군에 합류할 수 있는 선발 자원이고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민우와 류희운도 베테랑으로서 마운드에 힘을 실어줄 자원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임준섭, 황영국, 김기탁이 떠난 좌완 불펜에 송윤준, 이승관과 질롱코리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오세훈이 가세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주석 빠진 내야진 재정비 필요, 외야진의 주전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

2023시즌 한화이글스 야수진의 가장 큰 숙제는 ‘하주석 메우기’가 될 전망이다. 내야의 중심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하주석이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하주석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

오선진을 FA로 다시 영입했지만, 하주석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쉽지 않다. 풀타임 주전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내야수는 오선진을 포함해서 8명에 불과하다. 이는 이 선수들이 올 시즌 내야를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8명 중 유격수 자원은 오선진, 박정현, 이도윤, 신인 문현빈까지 4명이다.

하지만, 이도윤은 멀티, 문현빈은 2루 쪽에 초점을 맞춘다면 유격수 자원은 오선진과 박정현으로 좁혀진다. 두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정은원과 노시환의 성장과 활약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야 팀의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최고령 신인왕에 도전했던 김인환의 꾸준함도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요긴하게 활용될 김태연의 부활은 한화이글스가 가장 기대하면서 필요한 전력이다.

이 선수들을 제외하고 내야에서 추가될 자원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성곤 정도가 추가될 수 있으나 1루에 한정된 자원이고 김민기, 조현진, 노석진은 아직 1군 데뷔조차 하지 못했고 최현준, 한경빈, 이상혁은 육성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이번 전지훈련에 포함된 8명의 내야수는 어쩌면 최정예 선수라고 볼 수 있겠다.

변수는 있다. 고졸 신인으로 명단에 포함된 문현빈의 성장 속도와 팀 내에서도 내야 유망주로 관심받는 이민준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면, 내야진 재편에 큰 변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채은성의 합류로 한시름 던 외야진이지만 여전히 불안 그 자체이다. 채은성이 외야 붙박이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1루수나 지명타자로 출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그레디를 제외한 두 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일단, 올 시즌을 잘 치르면 FA 자격을 얻게 되는 노수광의 각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 질롱코리아에서 주장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온 장진혁이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좋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반짝 활약한 이진영도 본인의 장점인 타격으로 어필할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의 공격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채은성이 내야로 출장하고 오그레디가 코너 외야로 빠졌을 때, 센터를 책임질 수 있는 자원인 이원석, 유상빈 등의 성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잠재력을 인정받는 유로결의 성장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퓨처스에서의 활약이 뛰어났기에 2023시즌 기대를 받지만,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는 못했다. 질롱코리아를 다녀온 해외파 권광민의 활약도 외야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굳건한 주전이 있는 포수 자리는 백업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유망주 허인서가 일찍 군 복무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박상언과 허관회의 2인자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질롱코리아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인 박상언이 조금 앞선 상황이지만, 타격을 앞세운 허관회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화이글스의 전력은 여전히 ‘변수’ 투성이다. 모든 ‘변수’가 ‘상수’로 변해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그동안 주춤했던 전력 보강을 이루어냈고 활용 가능한 자원들도 많이 확보했다.

수베로 감독이 3년 차 시즌에 어떤 ‘운영의 묘’를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계속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약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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