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눈이 아니야
얼굴도 아니야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
거기에 늘 손이 있다
손이 없는 마음은 없다

맞잡고 내밀고 쓰다듬고 
밀치고 갈기고 후려치고 
기쁨 반가움 살가움 
미움 얄미움 서러움
손은 거짓 없다 
마음 가는 곳엔 늘 손이 있다

손을 내미는 것이 어떨 때는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와 응원이 된다. 
손을 내미는 것이 어떨 때는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와 응원이 된다. 

손발이 찬 것이 콤플렉스다. 특히 겨울만 되면 견딜 수 없이 건조하고 마른다. 그 주제에 핸드크림을 챙겨 바르는 부지런함도 없고 장갑은 또 답답해서 싫다. 일회용 손난로가 내 겨울에게 유일한 구호품이자 필수품이다. 

상태가 이렇자 악수를 꺼리는 습관도 생겼다. 손이 왜 이렇게 차냐는 소리를 듣기 십상인데 그때마다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으로 민망함을 견딘다. 생각해 보면 손이 건조하고 마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확률상 나보다는 따뜻할 테니 언 손을 녹일 수 있다. 그런데도 덥석 잡지 못하는 것은 민폐 우려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리라.

얼의 꼴이라는 얼굴보다 손이 마음을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훈련과 연습으로 거짓 표정이 가능하지만 손은 아니다. 호감이든 반감이든 손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없다. 입(말)처럼 가볍지도 않고 발만큼 무겁지는 않아서 마음을 진중하게 드러내기에 적당하다.

설날이 지났으니 동서양 모두 새해가 되었다. 손을 자주 써야겠다고 새해 결심을 해본다. 누군가 위로해야 할 때 어깨에 손을 얹어 슬며시 쓸어 주어야겠다. 누군가 힘겨워할 때 적당한 리듬으로 등을 토닥여줘야겠다. 그게 금세 흩어질 말보다 낫다고 믿는다. 비록 차갑고 건조해 민망한 손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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