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겨울이 강을 
호되게 윽박질러서 
어는 게 아니야
당신이 나를 
고되게 숨막히게해
떠난 게 아니듯

물이 겨울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어는 거야
내가 당신을
끝없이 가까이하여
떠난 것이듯

물이 겨울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추위를 끌어안아 언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물이 겨울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추위를 끌어안아 언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언다는 현상은 동사凍死 위험이 있는 인간에게 두려움이다. 분자 활동이 활발하면 기체가 되고 위축되면 얼듯이 우리도 겨울엔 다운되고 침체되는 것이 당연하다(그렇다고 뜨거운 여름에 up되어 날아갈 듯 한지는 잘 모르겠다). 동장군이란 말에서 느껴지듯 얼음은 혹독함의 결과다. 

그런데 꽁꽁 얼어버린 갑천을 내려다보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 물은 원치 않는데 억지로 얼어버린 것일까? 버티다 버티다 포기한 상태로 얼린 걸까? 모든 사물과 대화하는 초자연 영매가 아니므로 물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같은 이유로 이렇게 멋대로 상상해 본다. 

논개가 왜장을 끌어 안았듯이 강이 동장군을 끌어안아 얼음이 되었다고... 애정인지 증오인지는 모르겠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사랑하여(amor farti) 그렇게 되었다고... 이쯤 되니 나를 위축시켰던 스쳐간 인연들도 새롭게 보인다. 친親과 소疎가 대립이 아니라 인과관계일 수도 있겠다. 지금은 멀어진 당신, 끌어안아 마주한 이별이었음을 기억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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