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청사방호 훈령 공포, 1일부터 시행
“모든 집회‧시위 막겠다는 속셈” 반발 성명

대전시가 지난해 시청 북문 앞 화단에 설치한 안내문. 집회, 시위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곳이나, 허가 없이 사용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지혜 기자.
대전시가 지난해 시청 북문 앞 화단에 설치한 안내문. 집회, 시위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곳이나, 허가 없이 사용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지혜 기자.

[한지혜 기자] 대전시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전시 청사방호 규정’과 관련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9일 성명을 내고 “피켓과 현수막, 깃발을 소지한 사람의 청사 출입을 제한한다거나, 근무시간 전후 시청을 산책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시청과 그 주변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막겠다는 속셈이 그대로 드러난 규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23일 ‘대전광역시 청사방호 규정’ 훈령을 제정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규정에는 청사 방호대원의 임무, 관련 부서장의 책임과 의무, 불응자에 대한 조치 등이 담겨있다.

규정 제9조(부서장 책임과 의무)에 따르면, 각종 재난상황, 집회, 시위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업무 부서장은 상황, 행위에 대한 전반적 사유와 대처 방안에 대해 별지 서식에 따라 시장에게 동향을 보고해야 한다.

또 청사 방호대원에게는 ▲위험한 물건이나 인화성 물질 등을 반입 및 휴대한 사람 ▲오물, 분뇨 등 청사 내 위생‧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질을 반입 및 휴대한 사람 ▲청사 내에서 물건 판매 등 상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 ▲음주 등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 청사 안에서 집회 및 시위를 위한 피켓, 현수막, 깃발, 확성기, 가면 등을 소지한 사람 을 대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책임을 부여했다.

이들은 “이 훈령은 ‘모든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21조에 위배된다”며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로 구성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적 기본권 중 하나로 누구도 박탈할 수 없고, 양도할 수도 없는 핵심적인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 우려를 내비치며 “집회와 시위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의사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라며 “시장 출근길이나 공무원들 식사 시간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진 못할지언정, 의사 표현마저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들은 “시장의 권위를 내세워 공무원과 청원경찰들에게 부당한 권위를 부여하고,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했던 ‘법과 질서’를 앞세울 것이 아니라, ‘소통과 숙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인식의 전환, 태도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지난 민선7기때도 같은 장소에 ‘집시켓 (집회+시위+에티켓)을 아시나요?’라는 내용의 표지판을 설치한 뒤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철거한 바 있다. 

청사방호 규정은 현재 33개 광역기초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