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 해치는 폐가, 곳곳에 널린 쓰레기
주차 공간과 문화예술 콘텐츠 '부족'

대전 소제동 유명한 맛집으로 불리는 식당 옆 쓰레기와 철제 구조물이 놓여있는 모습. 유솔아 기자
대전 소제동 유명한 맛집으로 불리는 식당 옆 쓰레기와 철제 구조물이 놓여있는 모습. 유솔아 기자

[유솔아 기자] 대전 도심에서 버스로 30분, 평일 오후 소제동에는 적막이 흐른다. ‘위이잉’ 공사 소리와 고양이 울음소리, 지나가는 차 소리가 일상 소음의 전부다.

소제동은 대전역 뒤편에 있는 오래된 원도심이다. 일제강점기 철도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관사가 남아 있는 곳으로 지금은 관사와 오래된 집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 음식점으로 탈바꿈했다. 

소제동은 ‘시간이 멈춘 곳’으로 불린다. 현대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과거의 모습이 정비되지 않은 채 남아있기 때문이다.   

진 모(38) 씨는 6년 전부터 소제동 한 카페에서 일해왔다. 폐가가 전부일 때에 비하면 지금의 모습은 격세지감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는 “(소제동은) 엄청 미흡하다. 이 옆 건물들도 전부 빈집인데 부동산 하시는 분이 그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소유주가 여럿이라 처리하기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진 씨는 “기본적인 주차장도 천변밖에 없고, 대전시가 하는 문화 행사도 소규모 바자회 형태뿐”이라며 “가게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게 좋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대전 소제동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동네 뒤편 하상도로에 차를 댄다. 유솔아 기자
대전 소제동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동네 뒤편 하상도로에 차를 댄다. 유솔아 기자

소제동에는 변변한 주차장이 없다. 사람들은 보행도로 옆 공터를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다섯 대 정도 댈 수 있는 작은 규모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동네 뒤편 하상도로에 차를 대고, 천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차가 오면 잠시 멈춰 안전을 살핀 후 다시 제갈길을 간다. 

동네 한 바퀴 둘러보는 시간은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보행도로는 절반이 잡초와 낙엽으로 덮여있고, 그 위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즐비하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철제 구조물도 나뒹군다. 골목 안 상황도 마찬가지다.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정수연(23) 씨와 최은영(23) 씨가 개선점을 늘어놓는다.  

정 씨는 “이곳에는 재방문하고 싶은 공간이 없다. ‘또 오고 싶다’라고 느낄 정도로 맛있는 식당도 없는데,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다”며 “오늘 다녀온 식당도 다시 가지는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전보다 가게가 많이 생겼지만, 서울 성수동이나 연남동 같은 곳에 있는 편집숍도 없고, 문화예술을 즐길 다양한 콘텐츠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통행하는 골목에 쓰레기가 늘어져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유솔아 기자
사람들이 통행하는 골목에 쓰레기가 늘어져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유솔아 기자

저녁 약속 차 소제동을 찾은 유 모(25) 씨도 같은 생각이다.

유 씨는 “골목이 울퉁불퉁하고 제대로 정비가 안 돼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많아 미관상 좋지 않아 굳이 이곳을 약속 장소로 잡지 않는다”며 “시가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2004년부터 이곳에서 부동산을 운영해온 이 모(60대 후반) 씨는 소제동이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지나왔다. 

이 씨는 “이곳이 잠재력을 가진 곳이긴 하지만, 개선돼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며 “제일 심한 건 주차난이다. 하상도로에 차를 대야 하는데 홍수 기간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카페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폐가. 소제동은 변화와 동시에 진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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