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살아낸 시간은
수확한 쌀인가
배설한 똥인가

살아갈 시간은
도전할 꿈인가
어차피 꽝인가

사람이 만든 시간의 매듭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람이 만든 시간의 매듭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세밑과 새해가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동안 잘 살았나 평가와 반추, 반성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잘 살까 각오, 다짐, 기대 따위를 한다. 시간의 매듭은 이래서 쓸모가 있다. 

영어로 공전을 revolution이라고 한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현상이 '혁명'과 같은 낱말이다. 많은 동음이의어가 공통된 의미에서 갈려 나왔기 때문에 궁금할 수밖에 없다. 왜 서양 조상들은 혁명이란 말로 공전을 표현했을까? 

중세 유럽은 교회가 지배하던 시절이라 지동설은 금기였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를 보면 안다. 공전이 얼마나 혁명적인 생각이었는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말에서도 혁명과 공전의 공통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우리 말로 해가 sun과 year를 동시에 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음과 같이 엉뚱하게 해석하고 싶다. 해(年)의 분기점을 만드는 공전이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혁명을 일으킨다. 계절의 변화나 시간의 매듭이 없다면 인간의 생각은 매우 무뎠을 것이다. 그저 어제같은 오늘은 반성과 다짐을 제공하지 않는다. 아, 지구가 혁명적으로 한 바퀴 돌았구나. 그렇다면 나는?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혁명을 치른 우리는, 그러므로, 돌격 앞으로! 

*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지완_시인(참)칭관찰자시점'에서 더 많은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