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는 3년 연속 최하위의 성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도약의 2023시즌을 준비했다. 정민철 전 단장의 3년과 구단 최초의 외국인 감독 수베로 체제의 2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레전드였던 정민철 단장은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수베로 감독은 3년 차 시즌을 보장받았다. 이는 결국, 누군가는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우리 프로야구 시스템에서 리빌딩과 세대교체는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어느 특정 시기에만 집중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인위적인 리빌딩과 세대교체를 천명했고 이를 위해 많은 과정을 거쳤으나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시간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많이 모았고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게 했으며, 그 와중에,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눈치 안 보고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제는 과정이 아닌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 시작이 2023시즌이 되어야 한다. 2023시즌을 기점으로 한화이글스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강팀으로의 도약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박찬혁 대표이사와 손혁 단장이 만들어 낸 성공적 스토브리그

박찬혁 대표이사는 그동안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구단의 분위기를 바꾸고 체질 개선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정작 선수단의 리빌딩과 세대교체에는 큰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결과는 3년 연속 최하위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신임 손혁 단장을 영입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룹 내의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어쩌면 당연한 투자를 위한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베테랑과의 이별, 젊은 선수들의 기회와 성장으로 시작된 한화이글스의 체질 개선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신, 구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을 이끌어가는 버팀목이 없었고 젊은 선수들의 분위기는 좋았으나 성장의 동력은 크지 않았다.

2022시즌을 끝내고 한화이글스는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 영입에도 시선을 돌렸고 충분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베테랑 지도자인 이대진, 김성갑, 김정민, 박승민 코치를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선수단을 이끌, 외국인 지도자, 젊은 지도자들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필자는 베테랑 지도자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투, 타에 중심이 없었던 한화이글스는 FA시장에서 알찬 보강을 했다. 외야와 중심타선을 한 번에 메울 수 있는 카드였던 LG의 채은성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트레이드로 집 나간(?) 선수였던 SSG의 이태양과 삼성의 오선진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야말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한순간에 채울 수 있는 알찬 전력 보강이었다.

여기에 스토브리그 첫 트레이드였던 기아와의 거래를 통해 거포 유망주 변우혁을 내주고 ‘파이어볼러’ 한승혁, 장지수를 데리고 오는 승부수를 던지며 투수진을 보강했다.

팀 전력의 반이라고 평가를 받는 외국인 선수는 버치 스미스, 펠릭스 페냐, 브라이언 오그레디로 라인업을 완성했다. 에이스 역할의 스미스, 2선발의 페냐 그리고 터크먼과 이별하고 영입한 거포 자원인 오그레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핵심 선수들의 활약과 유망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 이루어지면 반등의 서막 시작

한화이글스는 2022년 외국인 투수의 지분이 거의 없었다. 네 명의 외국인 투수가 만들어 낸 승수는 8승에 불과했고 준수한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소화하는 167⅓이닝을 네 명이 책임졌다. 한화이글스가 최하위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외국인 타자 터크먼은 전 경기 출장에 중견수로 외야를 지켰으며 166개의 안타를 기록했지만, 기대했던 홈런은 12개에 그쳤고 타점은 43개에 불과했다. 한화이글스가 기대했던 파괴력 있는 외국인 타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버치 스미스와 펠릭스 페냐는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한다. 이 선수들이 부상 없이 10승 이상을 거두는 활약을 펼쳐야 한화이글스에게 희망이 생긴다. 지난 시즌 한화이글스의 최다승은 7승의 장민재였다. 토종 에이스 김민우도 2021시즌에 보여줬던 14승을 다시 재연해야 한다.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최소 20홈런에 80타점 이상의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한화이글스 타선의 중심이 세워진다. 여기에 새롭게 영입된 채은성도 타석에서 오그레디만큼의 생산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빈약했던 타선이 강해진다.

오그레디와 채은성이 중심을 잡아주면, 지난 시즌 부담감으로 힘들었던, 최고령 신인왕 도전자 김인환과 지난 시즌 장타가 실종됐던 거포 노시환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두 선수에게도 오그레디, 채은성에 버금가는 생산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스미스와 페냐 그리고 김민우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안정을 찾으면 나머지는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경쟁이다. 지난 시즌 최다승에 빛나는 장민재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한승혁 그리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확인한 남지민과 문동주가 선발 로테이션에 나설 전망이다.

장민재와 한승혁 그리고 남지민과 문동주가 선발 두 자리에서 각각 30경기 정도의 선발 등판을 책임져 줄 수 있다면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은 성공적으로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한승주, 박윤철, 김기중 등은 선발 자원으로 준비된 유망주들이고 FA로 영입한 이태양은 전천후로 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나설 수 있는 자원이다.

불펜에는 최고참 정우람을 중심으로 FA 계약에 성공한 장시환, 지난 시즌 팀 내 홀드 신기록을 작성한 김범수, 군에서 복귀한 박상원, 지난 시즌 부침이 있었던 강재민이 절치부심하면서 버티고 있고 ‘슈퍼 루키’ 김서현이 가세하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태양도 불펜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아주 좋은 자원이다.

오선진과 정은원이 새롭게 선보일 ‘키스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모습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과 경쟁 또는 백업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의 분전이 반드시 필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김태연을 시작으로 이도윤, 박정현과 신인 문현빈, 이민준까지 성장한 모습과 적응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2023년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하지만, 리그는 멈추지 않는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에서 핵심 선수들의 이탈은 치명적일 수 있다. 한화이글스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백업 선수들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투수진에서는 선발 자원인 남지민, 문동주 그리고 불펜의 강재민과 신인 김서현이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충분히 대표팀 승선이 가능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노시환과 정은원은 이미 국가대표급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기에 태극마크에 상당히 가까운 선수들이다.

한 팀당 세 명의 선수까지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 투수진에서 전력 누수가 생긴다면 젊은 선수들이 구멍을 메울 수 있을 것이고 야수진에서는 김태연이 가장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대표 주장 출신의 고졸 신인 문현빈도 1군 무대에 도전장을 던질 자원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아직 한화이글스의 전력은 분명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변수’가 ‘상수’로 변하고 그 ‘상수’가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고, 두 번째 ‘변수’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마지막은 ‘변수’는 기대했던 핵심들의 이탈 없는 꾸준한 활약이다.

모든 팀이 가진 ‘변수’는 같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화이글스의 ‘변수’는 타 팀과 비교해 무게감을 더 가질 수밖에 없다. 팀 전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변수’를 최소화하면서 ‘상수’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가 2023년 한화이글스의 성적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한 만큼, 3년 차에 접어드는 수베로 감독의 선수단 및 경기 운영에 변화도 필요하다. ‘이기는 야구’를 위한 승부욕과 투쟁심이 요구되는 수베로 감독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는 도약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2023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피나는 준비를 시작한다. 2023시즌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한화이글스의 선수들은 부상 없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2023시즌의 대반전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