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필의 새로운 생각]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책임연구원 경영학박사 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책임연구원 경영학박사 권혁필

모처럼 한 해가 저무는 연말연시에 이르러 개인적인 휴가를 사용하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정부 공공기관의 간부직원인 지인과의 안부전화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다.

그 지인은 본인이 소속한 기관에서 업무추진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푸념과 하소연에 가까운 이야기를 꽤 오랜 시간 동안 들려주었다. 결국 핵심 요지는 최근 10여년 사이로 새로 들어온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은 우리가 그 정도로 젊었던 시절에 근무했던 업무의 양보다는 훨씬 부족한 정도의 일을 그나마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더구나 근무자세 또는 근무태도도 과거 우리시절보다는 불량하게 보인다는 요지였다.

사실 요즘의 MZ세대는 소위 386세대라고 불리우는 은퇴를 앞둔 우리세대들과는 사고방식이나 인생을 태하는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 것이 사실이다. 여러 형제들과 자라면서 엄격한 군대문화를 경험했던 386세대들은 자신을 희생해가며 ‘조직’과 ‘전체’를 위해 참고 견디면서 ‘불의’와 ‘부정’도 눈 감고 모른 체 하며 살아왔던 세대였다. 그러나 요즘의 MZ세대들은 ‘공정’과 ‘정의’ 그리고 ‘효율’과 ‘개인행복’을 조직이나 전체보다 우선시하는 세대임에는 틀림없다.

필자도 현재 현업에 근무하고 있기에 요즘의 젊은 직원들의 업무능력 또는 근무태도의 부족함은 잘 알고 있으나 그러한 문제는 MZ세대의 문제점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보다도 세상은 2023년도에 이르렀는데 우리가 매일 취급하는 업무 시스템(행정절차 또는 형식)은 197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래서 본 필자는 각급 기관과 민간 회사 또는 조직에서 「일 못하는 젊은 직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개인적인 해결방안(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혁신적인 『업무절차와 행정의 간소화』이다. 민법과 세법 등 각종 법에서 요구하는 서류와 형식은 매우 간단한데도 불구하고 조직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왔던 방식대로 처리하다 보니 모든 내부행정의 절차와 문서가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다.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간단한 절차와 형식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서류가 반송되고 다시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하므로 일선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과거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던 경험이 있었는데 시외출장비용은 출장자가 실제 지출한 증빙(영수증)만 제출하면 정산해주는 간단한 회계시스템이었다. 우리나라는 사전계획 품의시 비용이 정해져 있으므로 추가하거나 지출이 안 될 경우 변경절차가 매우 복잡해지는 경우와는 대조적이었다.

둘째, 수행업무의 『형식 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는 방안이다. 필자가 과거 다양한 외국의 기관들과 일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기관들과 여타 국가들과의 일하는 방식의 차이점은 단 하나였다. 실제 내용을 중시하는지 또는 형식을 중시하는지에서 판가름이 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얼마 전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평택의 미군부대 매장에 들려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방송장면을 떠 올려 보자. 그 화면에서 주변의 미군들과 그 가족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근처에 있는데도 자기들끼리 잡담에 여념이 없었고, 바이든 대통령조차도 주변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현장의 실무자는 의전을 게을리 했던 무능한 업무처리자로 상부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결국 젊은 직원들이 일을 못하는 문제는 변화한 세상에 맞추지 못하는 기존의 ‘꼰대 시스템’이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각급 기관과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업무의 전산화 역시 기존의 양식과 절차를 그대로 반영하여 전산시스템으로 적용한 것일 뿐이다. 

미국 기관과 회사의 현장보고서는 사전에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작성자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마음대로 작성할 수 있다. 실무자가 각자 개별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상사의 능력이며,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물어보는 것 또한 상사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상사가 이해하는 수준에 맞추어 다시 간단히 요약하는 절차가 없음은 당연하다. 

결국 현재와 미래에 날이 갈수록 변화하는 세상에서 모든 업무수행의 결과는 “일하는 방식”의 전환에서 성과 또는 실적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기성세대인 386세대들이 우선 당장 해야 할 일은 요즘 들어온 신입 MZ세대가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연하고 있는 “꼰대 시스템”을 하루라도 빨리 “MZ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오늘 문득 필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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