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책 글귀 퀴즈를 낸다
나무가 늙은 소년에게
한숨 쉬며 마지막 하는 말
미안해가 정답인데
막둥이의 자신 있는 오답
작작해

빵 터져 웃다 보니 
미안해보다
더 현실적이다

밑둥만 남은 나무의 마지막 반전은 더는 아까워 못 주겠다는 항의다.
밑둥만 남은 나무의 마지막 반전은 더는 아까워 못 주겠다는 항의다.

가끔 땡땡퀴즈라는 걸 한다. 책 글귀에 포함된 낱말을 맞히는 건데 주로 아이들이 어려서 같이 읽었던 동화책에서 낸다. 며칠 전의 픽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마지막 신이다. 노인이 되어 기력이 없는 소년은 나무를 타고 놀 수 없다. 나무도 젊은 소년에게 줄기와 열매와 가지를 모두 내어준 탓에 밑둥만 남았다. 노목과 노인은 각자 신세를 한탄하는데 나무는 소년에게 더 줄 것이 없어 미안하다. 

“OO해” 막둥이는 문제를 듣자마자 “작작해!” 라고 외쳤다. 동화 아니라 현실에서는 그럴싸하다. 내내 착취당한 나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항의인 것이다. 이 퀴즈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냈더니 동심파괴 정답이 몇 개 더 나왔다. 운동해, 그만해, 보상해, 야비해 등

어떤 삶이 가치있는 것인지 가르치기 어려운 시대다. 작작해 라고 당당히 부당함에 맞서는 권리의식이 옳은가, 계속 미안해하며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사는 것이 옳은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자는 온 세상이 물들이니 일부러 얘기할 건 아니고, 후자는 약삭빠른 세상에서 못 배울 것이니 (현실적이지는 않아도) 부모와 동화가 가르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막둥아, 주더라도 마구, 전부 아낌없이 퍼주지는 말고 적당히 작작하거라.

*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지완_시인(참)칭관찰자시점'에서 더 많은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