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아침이 흔들어 깨우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지난밤 나 흘린 눈물이 얼어
세상을 포장해 버렸지 뭐야
그러라고 시킨 일은 아니지만
내심 다행이었지 
거무튀튀보단 새하얀이 낫잖아
내 눈물의 육각결정이
욱신거리는 네 아픔을 덮길
신신파스처럼 말야

수족냉증 환자에게 겨울이 주는 유일한 위안은 하얗게 덮힌 눈이다. 
수족냉증 환자에게 겨울이 주는 유일한 위안은 하얗게 덮힌 눈이다. 

수족냉증이 있어 어느 계절보다 겨울이 힘겹다. 차고 마른 손에 자꾸 입김을 불지만 요샌 마스크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한때 별명이 호호아저씨였으니 이 냉건조증은 내 겨울의 트래이드마크라 불러도 좋다. 핸드크림과 핫팩이 필수품이지만 충분치 않다.

겨울이 주는 거의 유일한 기쁨이라면 역시 눈이다. 좋아하면 아이고 싫어하면 어른이라는데 나는 성장이 더딘 모양이다. 내리는 자태, 쌓이는 모습, 밟을 때의 소리와 느낌 모두 아름답다. 추위로 고생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로하러 내리는 것 같다(교통체증의 고생은 생각하지 말자). 

눈이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마음이 치유받는 느낌 때문이다. 이것은 타박상에 붙이는 파스의 원리와 같다. 뒤덮어서 통증을 잊게 해준다. 살다보면 쑤시고 결리는 아픔이 마음에 쌓인다. 이 계절에 가끔 내리는 눈파스는 우리 마음의 욱신거림을 살포시 가라앉힌다. 

모든 총량의 법칙은 묘한 위안을 주는데 감정제로섬도 그렇다. 스트레스와 짜증이 있으면 그만큼의 기쁨과 즐거움이 있게 마련이다. 위안은 절로 찾아오는 계절이 아니라 어쩌면 보물찾기처럼 찾아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눈으로 힐링하고 싯감도 얻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수족냉증을 견뎌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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