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두 달 데이트 끝에
팔꿈치 통증만 남기고
우리 잠시 떨어져 있자
서로에게 필요한지 돌아보자
다시 그리워지면 만나지겠지

기쁨이 아픔과 쌍둥이인 걸
아는데 더 알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오른쪽 팔뚝에다
아프게 새겨 넣는다

공은 둥글고 그래서 불확실하고 또 그래서 스포츠는 기쁨과 좌절을 동시에 잉태하고 있다. 
공은 둥글고 그래서 불확실하고 또 그래서 스포츠는 기쁨과 좌절을 동시에 잉태하고 있다. 

스포츠가 매력적인 것은 예측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종종 빗나가는 경우 다크호스니 언더독이니 공은 둘글다 등의 표현으로 놀란다. 운의 영역도 작지 않다. 오차 없이 실력대로 줄 세우는 것이 스포츠라면 우리가 느끼는 감동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한 가지 더 감동 포인트를 꼽자면 영광과  고통이 한몸이라는 점이다. 월드컵에서 손흥민의 가면, 황인범의 붕대는 통증이 빚은 영광을 보여준다. 4년 동안 겪었던 어려움과 좌절이 스토리가 되어 다가올 때 승리의 기쁨은 배가 되고 패배에도 격려와 포옹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가을 자전거 출근길에 테니스를 배웠다. 하지만 얼마 못가 팔꿈치가 아프더니 당분간 더는 치지 말라는 판정을 받았다. 요령이 아니라 힘으로 밀어붙인 우매함 때문이다. 한참 재미를 느끼던 중이었는데 아쉬웠다. 

굳이 테니스가 아니어도, 월드컵이 아니어도 알 수 있다. 기쁨과 아픔, 성취감과 아쉬움, 영광과 고통,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쌍둥이란 사실을... 관계도 그렇다. 마냥 좋은 관계는 '관계없음'일지도 모른다. 비 온다고 낙심말자. 더 단단해질 땅을 꿈꾸자. 그래도 팔꿈치는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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