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영의 손스피커] 넓게 보고 대비하는 지혜가 아쉽다

지난해 10월 19일 현충원역 인근 ‘홍범도장군로’ 명예도로명 지정 기념 제막식 모습.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19일 현충원역 인근 ‘홍범도장군로’ 명예도로명 지정 기념 제막식 모습. 자료사진.

유성구가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한 ‘홍범도장군 드라마 제작지원 예산’이 상임위원회 계수조정에서 전액 삭감되었다. KBS는 내년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홍범도장군을 소재로 한 대하드라마 <홍범도-총의 노래>(가제)를 제작 중이다.

KBS는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유성구에서 3억3천만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행정자치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었다는 것이다. 고양시 3억원 등 일부 지자체가 협찬을 결정했다는 소식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유성구는 드라마가 제작되면 홍범도장군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는 내용과 유성구를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 유성구의 인지도를 높이고 방문객을 늘릴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제작후원을 추진했다고 한다.

예산삭감 이유는 홍범도장군이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가라는 것과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용래 구청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먼저 홍범도장군에 대한 이념논쟁에 대해서는 이후에 깊이 살펴보겠지만 독립운동과정의 이념적 선택을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들먹이는 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미소강대국과 연대하거나 힘을 빌리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홍범도장군 또한 평안도에서 의병활동을 하다가 일제의 탄압에 연해주로 근거를 옮겼고 그곳에서 당시 혁명에 성공해 권력을 잡은 볼셰비키 러시아와 연대해 독립운동을 수행한 경우에 속한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사회주의, 민족주의 등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투쟁했으나 민족의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독립운동에 임했다...이념에 따라 독립운동가에 대한 판단을 달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상기 충남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지역언론을 통해 당부한 내용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드라마의 파급효과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드라마나 영화제작 세트장을 직접 짓거나 협찬한다. 이유는 당연히 홍보 효과와 관광객 유입을 위해서다. 대전시의 경우 일정한 예산을 들여 영화제작에 투자하거나 대전에서 촬영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홍범도 드라마가 제작되면 홍범도의 현재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유성구와 국립현충원, 홍범도거리등이 자연스럽게 소개될 것이다. 또 드라마에서 사용된 각종 소품을 유성구에서 기증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소품들은 현충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로 제공될 것이다.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3억3천만 원은 이런 기회에 지불하는 비용치고는 오히려 적은 금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해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게임이 대전에 있는 스튜디오 큐브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드라마 흥행 후 대전시는 부랴부랴 오징어게임의 촬영지를 홍보하고 충북 진천의 사립 박물관에 있는 ‘영희인형’을 모셔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산되었다. 미리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봉오동전투’와 지난해 유해 봉환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진 홍범도 장군을 참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대전현충원을 찾는 발길이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KBS대하드라마가 방영되면 그 발길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과연 그들은 홍범도 장군이 좌익인지 우익인지 따져 보고 왔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 유성까지 오는 분들이 근처 식당에서 밥 한 끼라도 하고 온천에서 목욕이라도 하고 간다면 이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아닐까?

제발 편협한 정치의 눈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를 대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