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숍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니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자연스레 가는 곳이었다. 커피의 맛도 잘 모르고, 어떤 날에는 “달달한 것으로 주세요.”, “그냥 똑같은 것으로 주문해줘요.”라고 말했던 적이 많다. 나에겐 커피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다. 처음에 먹었던 커피가 ‘카라멜마끼아또’였다. 그래서 처음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카라멜마끼아또’를 사주기도 한다. 최근의 나는 기분에 따라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 “커피 라테 주세요”, “따뜻한 청귤차 주세요.”, “시원한 자몽에이드 주세요.” 주문이 참으로 다양해졌다.

어느새 커피숍은 ‘나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레포트를 작성할 때, 사람들 소리가 그리울 때, 공부할 때, 논문 쓸 때, 글쓰기와 교정 작업할 때 등 다양한 이유로 커피숍을 쇼핑하기도 한다. 가장 편하고 좋은 커피숍은 뭐니 뭐니해도 눈치받지 않을 만한 넓은 장소와 공기 순환이 나름 잘 되는 곳, 그리고 뷰(view)가 좋은 곳이다. 도심 속의 통 창문도 좋고, 어느 곳이든 자연을 볼 수 있도록 잘 되어있어 사실은 어디든 좋다. 종종 함께 나눌 사람이 있을 때는 금상첨화다.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믿는 사람이니까.

아직도 커피숍을 왜 가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주변에 우리 가족을 포함해 더러 있다. 믹스커피가 최고라고 한다. “일 시작하기 전에 후루룩 마시고, 일 마치고 후루룩 마시는 거지.” 그래서 믹스커피가 ‘딱’이란다. 쓰디쓴 아메리카노 커피를 왜 마시는지 모르겠고, 음악소리와 사람소리로 시끄러운 곳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은 적막한 곳보다 적당량의 소음과 어우러져 있을 때 더 집중이 되는 법’이라고 나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커피숍에서 4500원짜리 커피를 카드로 50% 할인을 받을 때는 복권당첨 받는 기분이다. 로또복권에 당첨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 기분 같다는 말이 오류가 있지만, 암튼 이런 기분은 아닐까 한다. 어떤 커피숍은 템플러를 가져가면 200원을 빼주기도 한다. 사실 아직도 커피 맛은 잘 모르겠지만, 커피 향과 부드러운 커피의 맛의 차이는 조금 알 것 같다.

어쩌면 커피를 마시러 커피숍을 간다기보다는 그 분위기를 먹으러 간다는 표현이 나에겐 적절할 듯 하다. 커피숍에서 나는 나의 감정을 살피거나 일정을 확인하거나 계획을 짜기도 한다. 특히 놓쳐버린 감정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불똥이 튀지는 않았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오늘의 나의 커피숍에서의 나의 ‘생각주머니’를 정리해 준 내용은 이렇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함은 자신을 점검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즉 감정의 솔직함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준다. 

때론 솔직한 감정이 창피스럽고, ‘별거 아닌 걸로 저런 감정까지 느끼나!’라는 반응을 받기 싫어서 ‘애써서 아닌 척’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닌 척’하면서 자신에게 사라져버린 감정들이 많다. 결국 애쓰지 않아야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보면서 자신답게 사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왜?, 무엇 때문에?,’ 란 물음을 꼽씹어 보면 애썼던 마음이 보이고, 그 애씀이 과했다는 것과 과거의 패턴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순간 자신의 내면의 에너지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솔직함은 에너지의 신호등이며, 억압의 해방이다’라고 주관적 정의를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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