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산 너머로 질주하는
태양의 스키드마크 
하루의 한숨이 흩뿌리는 
미련의 수채화
저무는 것이 어쩌자고 
이토록 아름다운가 
떠나는 것이 어쩌자고
이토록 가슴저린가
내일 다시 온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못해 
그저 말 잃고 넋 놓고 
가만히 바라본다

해(sun) 지기 시작하는 저녁, 해(year) 지기 시작하는 가을, 인간은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해(sun) 지기 시작하는 저녁, 해(year) 지기 시작하는 가을, 인간은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몸이 움츠려들기 시작하는 가을은 쓸쓸하다. 저물녘은 더 그렇다. 광명에서 암흑으로, 활동에서 위축으로, 생산에서 저장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모든 생명은 우울해진다. 도시와 문명이 조금 덜어줄 뿐이지, 인간의 유전자에도 어둠과 추위에 대한 공포가 이어져 온다.

노을은 역설적인 위안이다. 태양의 쇠퇴가 이렇게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약간의 위로를 준다. 하늘과 구름과 대기가 서로 뒤엉켜 불그락푸르락한 그라데이션이 펼쳐진다. 빠르게 지는 해의 발자국, 아쉬운 마음이 그리는 수채화다.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안치환은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 매본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쓰다듬게 된다고 말한다. 가을 노을의 멋진 풍광을 느끼며 가슴에 담을 수 있어야 밤의 공포도 견뎌지는 것 아닐까? 혹은 곧 겪게 될 추위와 두려움의에 대한 대가로서의 선물 아닐까? 달콤한 사탕 후의 주사 맞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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