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외국인 선발 투수 하락세, 불펜의 끝없는 부진 계속

한화이글스가 외국인 용병 투수 라미레즈(왼쪽)와 페냐(오른쪽)가 동반 부진하자 팀 성적도 나빠지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외국인 용병 투수 라미레즈(왼쪽)와 페냐(오른쪽)가 동반 부진하자 팀 성적도 나빠지고 있다.

2022시즌 한국프로야구는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1위를 꿈꾸는 SSG랜더스의 고공비행은 계속되고 있지만, 싱겁게 끝날 것처럼 보였던 가을야구를 향한 순위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즌 중반 이후, 2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던 LG와 키움. 100경기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키움은 부진에 빠진 반면, 라이벌 LG는 힘을 내면서 2, 3위의 격차가 5.5경기까지 벌어지면서 LG의 2위 사수가 유리해 보인다. 반면, 키움은 디펜딩 챔피언인 KT에게 0.5경기 차이로 쫓기면서 자칫 3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는 위기에 빠졌다.

필자가 항상 언급했던 디펜딩 챔피언 KT가 역시 후반기 순위 경쟁의 돌풍의 핵이 되고 있다. 전반기 막판에 4위 자리를 사수하기 시작한 KT는 꾸준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4위 굳히기는 물론, 3위 키움을 바짝 추격하면서 상위권 경쟁 구도에도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과연, KT의 상승세가 시즌 막판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5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기아는 승률 5할을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5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NC, 롯데, 두산의 추격을 지켜보고 있다. 기아를 바짝 쫓았던 두산의 상승세가 잠잠해지면서 롯데와 NC가 다시 힘을 내고 있다. 5위 경쟁도 아직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최하위 한화이글스는 6연패에 늪을 벗어났지만, 후반기 5할 승률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힘을 내던 한화이글스는 투수진이 난조에 빠지면서 다시 연패 모드로 진입했고 어느새 승률은 다시 3할을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한화이글스가 과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인 선발 투수의 하락세와 소진된 불펜진의 계속된 부진

한화이글스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의 활약을 바탕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라미레즈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이닝이터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페냐는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위력적인 피칭으로 선발 마운드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라미레즈와 페냐가 동시에 부진에 빠지면서 한화이글스는 다시 연패에 빠졌다. 여기에 시즌 내내 기복이 있는 토종 에이스 김민우가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유망주 남지민 역시 들쭉날쭉한 피칭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선발진이 붕괴되고 말았다.

‘연패 스토퍼’로 변신하면 분투하고 있는 장민재만이 선발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장민재는 5선발, 최대 4선발의 역할을 맡는 상황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다른 팀과의 선발 싸움에서 철저하게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라미레즈와 페냐 그리고 김민우, 남지민까지 모든 선발이 최근 경기에서 공교롭게도 제구가 흔들리면서 주자를 내보내고 장타를 허용하는 모습이 연이어 나오면서 경기 초반 실점을 한 게 승부의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영입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 시즌 재계약에 관한 기대까지 하게 만들었던 라미레즈와 페냐는 다른 팀의 철저한 분석에 당황한 듯이 타자와의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치지 못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최근 경기에서 보여줬다.

분명히 좋은 공을 가진 선수들이기에 현재 상황을 자신 있게 극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다시 좋은 공으로 타자와의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남은 시즌 한화이글스의 선발은 어려움에, 팀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김민우는 이번 시즌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스텝업’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으나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물론, 기복은 있지만 좋을 때는 지난 시즌의 좋은 피칭이 나오곤 하지만 팀의 에이스라면 조금 더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줘야 하는데 올 시즌에는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유망주 남지민은 선발 투수로서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가 분명함을 본인 스스로 보여줬다. 하지만, 꾸준함과 안정감 없이는 선발 투수로서 롱런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되고 있는 시즌이다. 당연히, 내년 시즌에 남지민은 올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이 되나,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가능성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더 확인시켜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남지민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이글스가 다른 구단과의 전력 비교에서 그나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불펜’도 이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전반기 막판부터 흔들리는 ‘불펜’이 후반기가 시작되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발 없이 토종 선발로 버틸 때 큰 힘이 되었던 불펜이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있다. 그때의 과부하가 이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수베로 감독의 ‘불펜 로테이션’이 결국 ‘불펜의 과부하’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되며 실패로 귀결될 듯 보인다.

우선,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윤대경의 선발 전환이 실패하면서, 좋은 불펜 자원 한 명을 잃었고(불펜 복귀 후에도 윤대경의 좋은 피칭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투구 수에 상관없는 ‘이닝 쪼개기’도 결국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냉정하게 경기 상황에 따른 투수 교체보다는 ‘불펜 로테이션’을 통한 불펜 운영도 결국 승리로 팀을 이끌지 못했다.

감독의 고충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불펜 운영’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펜 운영’에 있어서 감독의 책임은 ‘무한책임’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마무리를 제외한 불펜의 뚜렷한 보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을 하고 싶다. 이는 ‘이닝 쪼개기’와 ‘불펜 로테이션’이 전제가 된 수베로 감독의 ‘불펜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구 수’에 상관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면 교체 타이밍을 잡고 하루 또는 이틀 휴식을 취했다고 상황에 상관없이 투입하는 등의 불펜 운영이 결국 시즌 초반 가뜩이나 선발진의 부진으로 힘이 들었던 불펜진을 더욱 힘들게 하게 된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불펜의 혹사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투구 수가 많았을 때는 충분한 휴식을 주면 된다. 연투가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보직에 상관없이 모든 불펜 투수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추격조의 보직을 가진 불펜 투수들에게는 멀티 이닝을 던지게 하면서 다른 불펜 투수들의 휴식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닝 쪼개기’와 ‘불펜 로테이션’에서는 쉬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과부하가 걸린 투수들은 퓨처스에서 휴식을 주면서 로테이션으로 퓨처스의 다른 투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 된다. 하지만, 현재 한화이글스의 불펜은 거의 고정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특히,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에 연이어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김종수, 장시환 등은 퓨처스에서 휴식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군다나 한화이글스는 지금 5강 경쟁을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팀이 절대 아니다.

충분히 길게 보고 ‘불펜 운영’을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움직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불펜에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없어 보인다. 또한, 수베로 감독이 어떤 불펜 투수를 올릴지 누구나 쉽게 예상이 된다. 그만큼 상대 팀에 ‘불펜 운영’의 “수”가 보인다는 것이다.

김범수와 윤호솔은 여전히 불안하고 김종수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신정락과 장시환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는 모습이고 강재민은 동계 훈련에서의 부상 여파로 인한 체력적 문제가 구위로 연결이 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윤산흠이 유일한 소득으로 보이나 윤산흠 역시 경험 부족이 눈에 띈다. 군 복무 후, 바로 복귀한 박상원은 아직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가 너무 부정적인 부분만 묘사하는 것 같지만, 한화이글스 불펜 그리고 투수진 전체의 현실이 그렇다. 그 결과는 압도적 최하위인 순위가 될 것이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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