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농어촌공사 고위 관계자 "우리 잘못 아닙니다" 발언 공분
책임 공방은 복구 이후로... 부여군과 협업으로 재발 방지 최우선 해야

수해 피해가 컸던 은산면 장벌리 입구 초입. 길이 온통 흙과 물 뿐이다. 자료사진.
수해 피해가 컸던 은산면 장벌리 입구 초입. 길이 온통 흙과 물 뿐이다. 자료사진.

[김다소미 기자] 얼마 전 서울시 수해 복구 현장에서 국민의힘 김성원(경기 동두천시‧연천군) 국회의원이 내뱉은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실의에 빠진 피해 주민을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란 망언을 내뱉으면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줬다.

안타깝지만 부여군에서도 관계 기관의 책임회피성 발언이 피해 주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이는 지난 14일 김태흠 충남지사가 은산면 피해 현장을 방문한 과정에서 흘러 나왔다. 실언의 주인공은 한국농어촌공사 부여지사 고위 관계자다.

당시 김 지사는 하천의 수문관리와 펌프시설을 담당하는 공사를 향해 “수문 관리와 점검이 평소에 잘 안돼서 피해가 컸던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이 관계자는 “(이번 피해의 원인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부여군도 함께 관리 한다”고 답했다.

막대한 피해 책임에 대한 압박감 탓이었겠으나 유관기관인 부여군에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다분해 뭇매를 맞고 있다.

박정현 부여군수 역시 이 답변에 “지금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에 책임 전가를 하는 것이냐”며 일부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여군 공직자들도 힘이 빠지는 건 마찬가지. 한 인사는 “당시 현장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었고 김 지사도 책임을 묻기보다 원인 파악을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일방적으로 부여군 행정에 잘못이 있었다는 식으로 답하니 당황했다”고 하소연했다.

공사 고위 관계자의 이 같은 책임 회피성 답변 때문에 뒤이은 동료 직원들의 봉사활동도 무색해지고 있다. 충남지역본부와 부여지사 직원 30여 명은 지난 19일 은산면 홍산리 포도 농가에서 복구 작업을 벌였다.

공사 관계자 "김 지사에게 부여군과 분담 체계 설명 의도"

취재 결과와 다른 해명... 공사의 '비상·야간 상황 관리' 책임 회피 

문제의 발언을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의 질문에 “수문 관리를 부여군과 우리(농어촌공사)가 나눠서 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지사님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체계를 알려드리고, 앞으로 (업무를) 일원화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책임 전가’가 아닌 ‘설명’의 의도였단 뜻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부여군 내 99개 수문은 각 마을마다 ‘수문관리자’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고, 이들은 평일 업무를 전담한다. 수문관리자는 부여군과 마을 이장 협의 아래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집중 호우 등 야간‧응급 상황에선 달랐다. 수문 개‧폐 관리 몫은 농어촌공사에 주어졌다. 

이번 수해 피해 원인이 시의적절한 수문 개방 실패와 연관된다면, 농어촌공사는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공사 고위 관계자의 해명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이 같은 인식은 수마가 휩쓸고 남긴 주민들 상처에 소금을 뿌린 셈이 됐다. 복구에 나선 부여군 공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도 이 소식에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수목천 제방 붕괴와 함께 모든 비닐하우스가 잠기는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항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여러 농민들이 “하천이 범람하고 있어 수문 개방을 여러차례 요청했으나, 수목천 관리가 부여군 소관이란 공사의 답변만 돌아왔다”는 하소연을 해왔다. 

지금은 '말 한마디'가 중요한 시점이다.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복구에만 매진하는 상황에서 책임은 이후에 가려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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