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또라이, 미친 새끼, 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괴롭힐 수 있나 생각하는 찢어죽일 놈이에요. 너무 화가 나서 손발이 떨리고 기구를 소리 나게 던졌어요."

이것은 분노인가? 분노라면 그 시작점은 어디일까?

‘분노’라는 감정은 여러 가지로 불편을 준다. 때로는 ‘분노’가 있기에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기도 한다.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좋은 의도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분노는 에너지를 생성시킨다.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분노는 사그라지기도 하고, 더 증폭되기도 한다. 더 솔직한 사실은 주변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서 수용과 분노는 한 끝차이로 나타난다. ‘분노’라는 것이 사그라졌다고 해서 분노가 아예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잠시 분노를 촉발시키는 상황이 안 일어났을 뿐이다. 즉 사그라졌다고 생각했던 분노는 사그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흙탕물을 물병에 담아두고 시간이 흐른 후, 침전물과 물이 분리가 되면서 흙탕물의 농도를 가늠하지 못한다. 그러나 흔들어버리면 역시나 흙탕물의 농도를 새롭게 인지하게 된다. 분노도 그런 것의 일종이다. 다시 새롭게 물을 붓고 또 부을수록 흙탕물의 농도가 옅어짐으로써 농도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분노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이 인지할수록 분노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긍정과 부정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감정이 폐쇄되거나 개방된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사람들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인간관계부분이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에게 흙탕물을 더 가중시키는 곳이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멈춰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속에 있다면, 돈을 많이 주는 경우보다 대체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우이다. 비인격적인 사람과의 부딪힘은 결국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렁의 늪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직장생활에서의 분노는 어떻게 발생되며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살펴보자. 원장이고, 사장이고, 대표니까 따라가는 부분이 많다. 즉 월급(돈)을 주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주체가 비인격적(야만적)이고, 유아적인 사고와 돈밖에 모르고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을 식언(食言)하는 사람이 사장(원장, 대표)이라면 직원들은 어떤 마음의 자세로 직장업무에 임해야 하는 것일까? 거기서 오는 불만이 쌓여서 분노가 표출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어떤 대처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격을 무시당하더라도 참는 것이다. 그 사장(원장)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자신의 처한 경제적인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기 절약하라고 전기도 끄고 에어컨도 끄고 다니거나, 점심 식사를 하루에 4천원으로 계산하며, 피상적인 갑과 을의 관계에서 자신이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내 회사(병원)인데 맘대로 운영하는 것이 나쁘냐?”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과 근로계약을 썼다면 그 기간만큼은 노예제도를 상기시킬 수밖에 없다. 중간에 그만둬도 무관하지만, 그 또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에 결정은 자신의 몫이다. 직원이 옳은 소리를 하면 본인이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유아적인 미성숙함은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사람이 한 가족의 가장이고, 사회적인 위치에서는 CEO 라면, 그 무엇이 그들의 내적 성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삶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분노의 시작점은 사장(원장)의 은근한 태움으로 시작된다. 은근한 태움은 비열함을 넘어선 측은함으로 다가온다. 어른답지 못한, 유아적인 미성숙함, 그리고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자신의 열등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뭐가 그리 불만일까? 또는 그들에게 맞추지 못하는 직원의 문제일까? 그들의 그 무엇이 서로 협력하는 직원들을 피상적으로 대하게 되는 것일까? 사장(원장)의 분노나 직원의 분노는 한 번의 불편함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쌓이고 쌓인 감정이다. 직원을 그만두게 하거나 직원이 그만두면 해결이 되는 것일까? 이외로 그런 사람이 많다면 덜 심하게 태우는 사장(원장)한테 고마워해야 할까? 아니면 그만두는 것이 답일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적응해 주는 게 답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그들이 한 짓을 모르고 직원들이 한 것에 상처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공평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공무원을 선택하거나 검증된 회사에 취업하기를 소망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자신의 불행이 타인에겐 행복이 되고, 타인의 불행이 자신에겐 행복이 되는, 또는 자신의 슬픔이 타인에겐 기쁨이 되고, 타인의 슬픔이 자신에겐 기쁨이 되는,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은 늘 기쁘고 행복하기만 한다면 다른 어떤 누구는 늘 슬프고 불행하기만 한다. 그런 관계 속에서 수많은 감정의 혼란 중 분노의 감정은 들쑥날쑥 한다.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하고 감사하며 소중함을 기억해 준다면 분노로 인한 저주의 말, 파멸시켜버리고 싶은 마음 등 ‘제 2의 분노’의 감정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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