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고령화에 따른 문제는 저출산 추세와 함께 우리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난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 추이에 따르면 2025년에 20% 이상으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여러 면에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늙거나 취약한 사람을 ‘노약자’라고 하듯 노인은 가정과 사회에서 돌봄과 배려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노인들은 어려웠던 시절에 가계를 일으키고 자녀 교육에 전념하면서 정작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여력 없이 매달려 왔다. 자녀를 잘 키우면 노후에 부양받을 것이라는 전통적 관념과 기대는 사라졌다.

노인들이 겪는 고통으로 흔히 네 가지를 들고 있다. 경제적 빈곤(貧苦), 소외와 외로움(孤獨苦), 할 일이 없는 무료함(無爲苦), 질병으로 인한 고통(病苦)이다. 핵가족 형태가 보편화되고 홀로 사는 노인의 수도 증가하면서 노인문제는 가정 단위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 서고 있다.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부시장, 수필가

일을 계속해야 하는 노인, 일하고 싶은 노인,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노인이 늘고 있다. 노인이 일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도움 차원을 넘어선다.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경험과 역량을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서 보람을 얻는다. 생산적 활동에 참여하여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즉,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노인문제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는 자신의 노력과 연고를 찾아 얻을 수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제도권에서 체계적으로 노인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기할 수 있다.

이런 필요에 따라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노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컨대 대전서구시니어클럽은 시니어들에게 경륜과 능력에 적합한 일자리를 연계하여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있다.

단순한 일에서부터 시니어들이 쌓은 경험과 녹슬지 않은 전문성을 지역사회 참여와 봉사로 연결하여 환원토록 함으로써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경제적 도움과 함께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며, 새로운 공동체 노년문화를 형성하는데 성과까지 얻게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교 등하교 때 교통지도, 학교지킴이를 비롯하여 학교 급식실 도우미로 활동한다. 주민센터, 우체국, 도서관 등에서 민원인 안내를 비롯한 행정 업무에도 힘을 보탠다. 복지시설에서 시설 관리, 전통시장 안내와 환경미화, 공영주차장 주차지도, 아파트 택배, 쇼핑백 제작 등 많은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이런 일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수입을 올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돕는 여러 가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시니어들은 TBN교통방송 국악방송 등 모니터활동으로 청취소감과 청취자 반응, 개선사항 등을 제공함으로써 공익성을 높이고, 보다 수준 높은 방송이 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2019년부터 한국소비자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협력하여 선발한 시니어소비자안전모니터들이 소비자보호를 위한 상담, 홍보 등 소비자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사업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둠으로써 올해에는 전국 20여 기관으로 확대하는데 선도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소비자원 대전지원과 서구시니어클럽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령사회의 노인문제는 개인이나 가정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가장 효과적인 복지 시책이다. 가정과 사회, 국가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시니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일을 내실 있게 수행할만한 역량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선정하여 지원, 육성하는 정책은 노인문제 해결을 위하여 더욱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러한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서구 시니어클럽 등의 성과를 표본으로 삼아 적극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일하고 싶은 시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니어들은 이런 기관들을 찾아 문을 두드리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음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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