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여섯번째 이야기] 지방선거 최종 승자는 지역 유권자

충남 천안의 한 도로변에 걸린 충남지사 후보 당선 및 낙선 사례 현수막. 류재민 기자.
충남 천안의 한 도로변에 걸린 충남지사 후보 당선 및 낙선 사례 현수막. 류재민 기자.

선거에 무승부란 없다. 어떻게든 승부는 갈린다. 같은 득표수를 기록했을 때는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연장자가 당선된다. 후보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유권자에게 읍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표라도 적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당선자만 웃을 수 있는 승자독식 구조가 여전히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당락은 이미 결판났고, 투표함을 도로 닫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완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완패했다. 충청권 지방 권력도 대부분 새 인물로 교체됐다. 민심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 양당 모두 뼈저리게 실감했으리라.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오만해지면 어떻게 되는지 유권자들은 표로 똑똑히 보여줬다. 도로변에 나부끼던 선거운동 현수막이 있던 자리에는 당선과 낙선 사례 현수막이 걸렸다.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교육감, 보궐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까지 총 4,132명이 당선증을 받고 웃었다. 반대로 3,442명은 분루를 삼켰다. 졌다고 누구를 탓하랴. 겸허히 인정할 수밖에.

졌다고 다 패자가 아니다. 13일 동안 여정을 함께한 지지자가 있었다. 발이 퉁퉁 붓고, 한낮 더위를 참아가며 뛰어준 선거운동원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역의 일꾼’이 되라고 찍어준 유권자가 몇인가. 헛고생만 한 건 아니다. 패배에서 교훈을 찾으면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그러니 무엇이 부족했고, 어떻게 해야 다음에 이길지 궁리하시라.

이겼다고 다 승자가 아니다. 선거는 4년마다 돌아오고, 경쟁했던 상대도 ‘권토중래(捲土重來)’하리니.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이나 주고, ‘한 표의 기억’을 망각한다면 웃음의 꼬리는 길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와 한 공약을 복기하시라. 약속을 어긴 자를 신뢰할 어리석은 유권자는 없을 터. 무슨 수로 공약을 지킬 건지 실행방안을 준비하시라.

당선자나 낙선자나 ‘딱 사흘만’ 울고 웃으시라. 마냥 울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새 지방정부 출범은 한 달도 남지 않았고, 현역 단체장도 아직 임기가 남아 있다.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고, 민생과 경제는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지 않은가.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현장도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게으른 일꾼에게 또다시 일할 기회를 줄 유권자도 없을 터. 새로운 각오로 신발 끈을 단단히 매시라. 귀하와 귀 당에 투표한 지역민을 위해. 여러분이 섬기고 모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지역민을 위해, 다시 뛰시라. 지방선거의 승자는 지역의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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