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불펜의 핵심 김종수, 안방을 지키는 박상언, 유틸리티 박정현

8라운드에 지명된 한화이글스 김종수 박상언 박정현. 
8라운드에 지명된 한화이글스 김종수 박상언 박정현. 

각 팀당 50경기를 소화한 2022시즌 한국프로야구는 피 말리는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SSG의 1강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반면, 2위권 싸움과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이어져 온 SSG의 초강세는 5월의 마지막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주간 5연승을 포함,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2위권과의 승차를 5경기 이상으로 벌리면서 독주체제를 더욱 다지는 상황이다.

반면, 키움이 주간 6연승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9승을 쓸어 담으면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어느덧 순위는 2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의 거침없는 전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시즌 전 하위권으로 예측된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면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LG는 2위권에서 경쟁은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상승세는 잇지 못하면서 다른 팀들에게 자리를 내주 다시 찾는 반복만을 거듭하고 있다. 기아도 최근 10경기에서 7승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3위 LG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4위에 랭크되면서 2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두산과 삼성, 롯데는 5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모두 하향 곡선을 타고 있다. 특히, 삼성은 주간 5연패를 당했었고 롯데는 6연패로 한 주를 마무리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주에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상위권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KT는 여전히 제자리걸음만을 거듭하면서 중위권 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와 외국인 타자 라모스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고 강백호가 돌아오는 시점에 반격의 서막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이글스는 지난주 다시 5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면서 힘을 내고 있다. 하위권 라이벌이 된 NC를 3경기 차이, 최하위로 밀어내고 승률 4할을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최하위권 탈출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추스르고 기복만 줄인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팀을 이끄는, 미생에서 중심을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프로에 입성하는 선수는 10%에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연습과 피나는 훈련을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관문을 뚫고 프로에 입단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인을 선발하는 제도가 많이 바뀌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 선수가 되곤 하다. 각 지역의 유망주들은 1차 지명제도에서 우선 선발되면서 많은 기대를 받으며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이외에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각 구단의 필요에 따라 순서대로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도 구단의 눈에 띄지 못하면, 신인 선발 테스트를 통해 육성 선수로 프로 입단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식 선수로 가는 길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기에 더욱 어려움에 빠지곤 한다. 파리 목숨처럼 언제 내쳐질지 모를 불안감에 선수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의 선수가 많다.

혹자는 선수 선발의 순서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얘기한다. 프로에 가면 똑같이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이겨내면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긍정론을 펼친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상위 순번에 지명된 유망주들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고 기회를 우선적으로 줄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하위 순번이나 육성선수로 입단해서 1군에 콜업되고 주전으로 성장하는 그림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하위 순번에 지명되고 어렵게 선수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인정받아 1군 경기에 투입될 정도의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지명 순위와 상관없이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기회를 잡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 신인 드래프트 제도는 한 구단에서 10라운드까지 10명의 선수를 선발하게 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는 그만큼 그 가치를 덜 인정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고 하위 순번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고 1군에서 활약하는 것은, 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하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들은 가능성을 보고 미래를 위한 지명이라는 평과 잘되면 좋고라는 ‘로또픽’ 평을 받곤 한다. 즉, 성공할 가능성, 팀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하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들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으로 팀의 중심을 꿈꾸고 있다.

한화이글스에는 대표적인 연습생(현 육성선수) 신화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영구결번 35번’의 주인공 홈런왕 장종훈이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선수였던 장종훈은 그렇게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레전드가 되었다.

‘신화창조’를 꿈꾸는 드래프트 8라운더 3인방 김종수, 박상언, 박정현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소용돌이 속에 놓친 한화이글스에도 하위 순번의 반란을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드래프트 8라운드에 지명되어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8라운드에 뽑힌 선수에 대한 기대는 별로 크지 않다.

가능성을 믿고 지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나, 대부분의 선수가 그냥 그렇게 소리 없이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상위 순번의 유망주들도 이런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하위 순번의 선수들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현재 한화이글스 1군 로스터엔 8라운드에 지명된 선수가 무려(?) 세 명이나 활약하고 있다. 투수 김종수, 포수 박상언, 내야수 박정현이 그 주인공이다.

맏형격인 김종수는 2013년 울산공고를 졸업하고 8라운드 전체 74번으로 지명된 투수이다. 올 시즌 어느덧 10년 차가 되었다. 올 시즌 이글스의 핵심 불펜으로 성장해서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하지만 김종수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길었다.

덕수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년간 생활하기도 했던 김종수는 신생팀인 울산공고에 진학하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이어갔다.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대표팀에 뽑히기도 했던 유망주였지만 프로에 와서는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입단 6년 차였던 2018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3경기 출장에 그치며 본인의 이름을 1군 무대에 새긴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추격조로 시작해서 점차 불펜진의 중심으로 인정받더니 2022시즌에는 불펜진의 든든한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9시즌에 35경기, 2020시즌에 54경기, 2021시즌에는 49경기에 출장하면서 한화이글스의 핵심 불펜으로 성장하며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20시즌에는 7개의 홀드를 기록하고 50이닝을 소화하는 성과를 거뒀고 2021시즌에는 6개의 홀드를 기록하고 4.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에는 지난 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익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23경기에 마운드에 섰고 2승 1패 4개의 홀드와 함께 3.04의 안정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제구는 불안한 면이 있지만 자신감 있는 피칭으로 최근 10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2.25의 특급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

이런 활약의 가장 큰 이유는 직구 스피드의 회복과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 있는 피칭이었다. 여기에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과감하게 들어가는 피칭은 김종수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계속된 김종수의 활약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둘째 박상언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6년 8라운드 전체 79번으로 입단한 포수이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최재훈의 백업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입단 7년 만에 자신의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상무에 입단해 야구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지만, 제대 후 본인의 자리는 없었다. 베테랑들과의 대대적인 이별 속에 세대교체의 중심에 서기도 하면서 기회를 받았지만, 그 기회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면서 베테랑인 이해창과 후배인 허관회에게 최재훈의 백업 자리를 내주면서 퓨처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여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고졸 최고 포수로 인정받은 청소년대표 출신의 허인서가 입단하면서 박상언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박상언의 1군 콜업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5월 2일 1군에 콜업되어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기회는 없었다. 최재훈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재훈이 부상을 당하면서 박상언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 5월 25일 두산 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만루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박상언의 가치를 보여주었고 5월 26일에도 타점을 추가하면서 슬슬 본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에 17경기에 출장해서 1홈런 5타점 타율 0.219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공격에서 본인의 역량을 다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최재훈의 백업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막내 박정현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2020년 8라운드 전체 78번으로 입단한 내야수이다. 입단 첫해부터 8라운더였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의 눈에 들어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주포지션은 유격수였지만 내야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수비와 타격에서의 펀치력을 앞세워 자신보다 앞서 지명된 선수들을 제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를 넘어서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0시즌에 8라운드에 지명된 고졸 신인이었지만 30경기에 출장해 1홈런 9타점에 타율 0.279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에 기대를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2021시즌에 33경기에 출장에 그쳤다. 성장세를 보여주리라 예상했지만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타율 0.196에 그치며 자신의 가치를 입중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며 2022시즌을 맞이한 박정현은 시즌 개막 20일 만인 4월 22일에 1군에 콜업되어 한 달 이상을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공격에서 아쉬움을 보여주곤 했지만, 최근에는 공격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5일 두산 전에서는 2루타가 빠진 소위 싸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3안타 3타점의 대활약을 펼쳤다. 26일 경기에서도 두 경기 연속 3안타를 기록하며 타격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27경기에 출장하면서 3개의 홈런, 9타점에 타율 0.292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29타수 14안타 무려 0.483의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어볼 만하겠다.

야구 형제로 유명한 박정현은 올 시즌 KT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 투수 박영현의 형이기도 하다. 지난 5월 27일 KT와의 경기에서 한국프로야구 역대 세 번째(횟수로는 네 번째)로 형제간 투타 대결을 펼쳤는데 동생에게 삼진을 당하면서 다음 대결에서 복수의 칼을 갈게 되었다.

더 이상의 연습은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더 이상의 패배는 없다. 이제는 승리를 위해서 뛰어야 한다.
더 이상의 실패할 자유는 없다. 이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인 2022년.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은 동계훈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이제는 시즌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2시즌에 반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올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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