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스물다섯번째 이야기] 민주당에게 선거 승패보다 더 중요한 건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였다. 지인과 둘이서 들른 식당에서의 일이다. 점심시간이 꽤 지났는데,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붐볐다. 테이블이 꽉 찰 정도였다. 맛은 두말할 나위 없고, 사장부터 종업원까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친절도부터 위생 상태도 흠잡을 데 없어 보였다. 주문 음식을 찍어 앱에 올리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이벤트(전략)도 구사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따로 있었다. 음식과 함께 나온 응원 메시지. ‘이때까지 잘 버텨 왔잖아. 힘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되는 집’은 이렇게 손님을 배려할 줄 알았다. 그래서 신뢰를 얻었으리라. 

식당도 ‘되는 집’과 ‘안되는 집’이 있는 것처럼 선거도 그렇다. 이기는 쪽이나 지는 쪽 모두 그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다음날 ‘86 용퇴론’으로 쇄신의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당내 주류 그룹은 ‘박지현의 깃발’ 아래 모이지 않았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호소를 “개인 의견”이라고 치부했고, 강성 지지층은 “내부 총질을 멈추라”며 비난했다. 가세(家勢)는 기울어가는데, 집안 식구들만 인정하지 않는 꼴이다. 

박 위원장이 대국민 호소를 하던 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대국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민주당의 ‘20년 집권론’에 빗대 ‘4년 무한책임론’을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가 거대 야당의 무리한 발목잡기를 뚫고 원 없이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 시절 보여준 ‘무책임’과 ‘오만’의 학습효과였을까. 

양당 대표자가 한 호소의 결과는 극명히 갈렸다. 이는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로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와 민심은 다르다고 항변한다. 민심과 괴리된 행태를 보이며 고개 젓는다고 ‘아닌 건 아니다’가 되나. 지지층만 결집한다고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을 요구한 의원들을 ‘초선 5적’으로 낙인찍었다. 중진 이상민 의원(5선. 대전 유성을)의 뼈 때리는 말은 ‘문자 폭탄’으로 깔아뭉갰다. ‘차라리 국민의힘으로 가라’고까지 야단했다. 

눈 감고, 귀 닫으면 무슨 소린들 제대로 들릴까. 다 쓰러져가던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선 힘은 ‘이준석 신드롬’과 ‘윤석열 효과’에 있다. 하지만, 이준석과 윤석열을 등장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원동력이었다. 

‘되는 집’은 다 쓰러져갈 만큼 허름하고 볼품없어도 사람들이 찾아와 줄을 선다. 신뢰와 배려는 기본이고, 내부 결속력이 튼튼하며, 전략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고 있는가. 선거 승패를 떠나 잃어버린 ‘민주당스러움’의 회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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