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민심 못읽는 선거 마케팅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 모습. 자료사진.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 모습. 자료사진.  

[한지혜 기자]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대전 지역에서는 체급을 올려 시장에 출마하거나 가까스로 출마길이 열린 구청장 후보도, 재신임에 도전하는 지방의원도 있다. 뺏는 입장과 지키는 입장이 나뉘었지만, 가장 인기있는 전략은 저마다 선거공신임을 내세우는 ‘윤석열·이재명 마케팅’이다.

특별한 비전과 공약보단 후보 캠프에서 맡았던 자리를 앞세운 경우, 대선 기여 사례를 나열하는 식의 출마회견도 열린다. 대선 캠프에서 만족할만한 직함을 가지지 못했던 후보들은 2년 전 총선 공신임을 내세우며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 자리를 편다.

‘이재명 대통령만들기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는 여당 시장 예비후보나 윤 당선인의 지역 조력자로 ‘이심전심’을 강조하며 발맞추겠다는 야당 예비후보들도 모두 비슷한 전략이다. 하지만 대선 후 민심이 절반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이런 마케팅이 다수 중도층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표심 얻기 방식은 중앙의 구태정치를 똑 닮았다. 너도나도 ‘명심(이재명 의중)’, ‘윤심(윤석열 의중)’을 내세우며 지방선거 출마 채비를 마친 정치인들이 그 예다.

후보들의 경쟁력보단 리더의 낙점 여부가 쟁점이 되는 선거판에서 개인의 역량과 비전, 진정성은 논외로 치부된다. 국민들은 믿을만한 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하는 선거가 공신을 뽑는 선거로 변질되는 과정을 반복해 목도하고 있다.

패배한 당이라고 다를까. 86세대 용퇴론을 주장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명심’을 명분 삼아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당대표마저도 쇄신 의지를 번복하며 이재명 마케팅에 나선 셈.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의 충남지사 출마, 김은혜 의원의 경기지사 출마도 윤심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초박빙 승부, 승자도 패자도 없어

‘대선 기여’ 보단 민심에 집중해야

지난 제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48.56%의 득표율을 얻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3% 득표했다. 불과 0.73%p 차이의 초박빙 승부였다. 하지만 이번 투표율(77.1%)을 대입해보면, 두 사람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얻은 지지율은 36~37%에 불과하다. 

이 ‘진짜 성적표’의 뜻은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다는 것. 박빙의 선거에선 선거공신이 나올 수 없다. 

민심을 배반한 공당의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역 선출직 공직자로서 물의를 일으켜 중앙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사면 후 출마길이 열린 사례가 그 예다. 

민주당이 징계 경력자의 공천 감산을 막아주기 위한 사면에 나선 명분은 ‘대선 기여도’다. 현역 선출직 신분으로 응분의 처분을 받았어도 선거에 기여했다는 활동 보고서만 잘만들어 제출하면, 잘못도 사라진다. 이때부터 사면은 부끄러운 과거가 아닌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이들의 징계를 무마해주는 일은 반대로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해 그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은 지역구 유권자를 배반하는 행위로도 비춰진다. 더군다나 현역에게 유리한 ‘대선 기여도’ 기준은 정치 신인이나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방해하는 요소이지 않나. 

절대적인 민심을 얻지 않는 한, 진짜 선거공신은 없다는 마음가짐. 기억하시라. 지방선거 당선의 지름길은 윤석열·이재명 마케팅이 아닌 ‘민심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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