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철학박사(심리학 전공)

2020년도 미스트 트롯에서 14세 정동원 군이 ‘여백’이란 노래를 담담하고 감정절제된 목소리로 부르는데 귀에 쏙 들어왔다. ‘여백’의 가사 중에 ‘얼굴이 잘생긴 사람은 늙어 가는 게 슬프겠지.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저녁이면 벗게 되니까.’ 처음에 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감동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저녁이면 벗게 된다.’는 말에서 각 사람마다의 삶의 고뇌와 역경을 잘 이겨내고 잘 버티고 있구나, 참 잘하고 있구나.’ 란 생각에 눈물이 와락 쏟아졌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아침이 되면 세수를 하고 나갈 준비로 치장을 한다. 화장을 하거나 옷을 정갈하게 입고 거울을 본다. 거울을 봄으로써 자신이 대한 자기 만족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그런 자신을 보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어느 곳으로 향할지도 그 장소와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하다. 학교, 직장, 각자의 일터, 도서관 등 자신이 가는 곳마다 자신의 위치는 달라진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선생님으로써, 일과를 마친 다음 마트에서는 동네 아줌마나 아저씨로써, 집에서는 엄마나 아빠로써, 친구나 동료를 만날 때는 그 곳에 맞는 자신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루에서 여러 번의 페르소나*가 보인다. 여러 번의 얼굴이 바로 ‘나’인 것이다.

주야간 바뀌어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패턴은 비슷하다. 즉 자신이 움직이는 시간이 다를 뿐, 활동할 때는 적어도 잠옷 차림으로 나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활동영역 분야에서, 때로는 높은 자리에서, 때로는 낮은 자리에서, 또는 다양한 호칭과 역할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을 하면서 여러 가지의 가면을 적재적소에 바꿔 사용하고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중심은 언제나 ‘나’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해야 하는 연극형태가 있다. ‘자신’이 없는 배우역할은 자신과 타인에게 독이 된다. 즉 자신의 욕망과 질투로 타인의 것을 탐하기 위해서 사기를 치거나 자신이 갖지 못해 방해해 놓는 것 등의 행위를 말한다. 누구나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되 경계라는 것을 지킨다. 그 경계는 도덕적인 양심이다. 양심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으로 기준을 맞추기도 한다. 즉 양심의 기준이 너무 높거나 양심의 기준이 너무 낮은 경우에는 이해의 범주에서 더 많은 이해를 요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무대라면 진실 된 삶보다 거짓된 삶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자신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거나 존재에 대한 거부감을 당했을 때는 우울, 무기력, 원망, 분노, 자살, 절망, 무망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많은 시간동안 정신과 치료와 심리상담 치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죽을 때까지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 한계가 넘어서면 번아웃**이 된다. 그 때는 더 이상의 연기가 되지 않고 본능을 그대로 들어내며 살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온다. 

현대 사회의 삶의 연극 형태는 피해야 하는 연극형태, 즉 ‘자신이 없는 삶’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보인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더 많이 아프기도 하고, 그 아픔을 아픔인지도 몰라서 오히려 상대방을 찌르기도 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보다는 자신이 인정해 주는 삶, 자신이 자신에게 존재가치를 부여해 주는 삶, 그런 ‘삶’이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연극을 펼치기를 소망한다.  


 * 페르소나는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그것이 점차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철학용어로는 이성적인 본성(本性)을 가진 개별적 존재자를 가리키며, 인간·천사·신 등을 부른다. 
** 번아웃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심신이 지친 상태. 과도한 훈련에 의하거나 경기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리적ㆍ생리적으로 지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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