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여섯번째 이야기] 윤석열식 ‘소통관’과 언론의 소명 의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회의실 앞에 마련된 '천막 다방'에서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회의실 앞에 마련된 '천막 다방'에서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에 절대 들어가지 않으려는 이유로 ‘국민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건 결국 언론과 ‘밀접 접촉’하겠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이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 천막을 쳐놓고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언론과 소통하는 방식이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이라는데 있다. ‘윤석열 소통방’에 올린 기자들의 의견은 맘대로 가리고, 대변인단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윤석열식 소통관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인수위 측은 ‘천막 다방’ 첫날 기자들에게 현안 질문은 삼가달라는 ‘요구’에 가까운 요청을 했다. 삼청동 기자회견장에 있는 기자들과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궁색하다. 통의동이든, 삼청동이든 대개 같은 언론사 기자들이 출입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풀(공유)’하면 될 일이다. 

삼청동 기자회견장은 어떤가. 오전에는 당선인 대변인, 오후에는 인수위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한다. 그래서 통의동보다 많은 수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출입은 자유롭지 않다. 전날 밤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취재신청서’를 제출해야 가능하다. 

브리핑 때나 볼 수 있는 대변인들은 선제 대응한다. “전화 받을 상황이 안 됐다.” “문자를 보내면 순차적으로 답변하겠다.”

국회에서 오래 근무한 의원실 보좌관은 “정권 교체기에 이런 경향이 유독 심하다”라고 귀띔했다. 업무의 미숙함보다 ‘뜨는 해’의 위엄을 과시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통의동이나 삼청동이나 소위 ‘뻗치기’하는 기자들 대부분 ‘말진’이다. 기자 출신 대변인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자꾸 그들을 길들이려는 모양새다. 공영방송을 상대로-간담회로 포장한-보고받겠다는 인수위 발상도 결은 비슷해 보인다. 걱정이다. 

걱정은 다시 기자들을 향한다. 당선인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물어보진 못할망정 ‘현안 질문 사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기자정신이 부족하다”라고 비판받고서야 손을 든다. 낯부끄럽다. 문득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무장해제’ 요구에 고분고분 따른 채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앞에 두 손 공손히 모으고 서 있던 ‘기자들’. 

당선인 ‘혼밥 횟수’가 궁금한 국민이 얼마나 될까. 용산 구내식당에서 기자들과 김치찌개를 끓여 먹든, 말든 관심은 있을까. 그보다 ‘핵관 정치’를 제대로 감시하는 언론을 기대하지 않을까. 정태춘·박은옥은 “기자들을 기다리지 말라”(‘92년 장마, 종로에서’)고 노래했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기자들을 기다려줄까. 
          
권력과 언론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관계라고 한다. 가까워서도, 그렇다고 멀리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 그리고 기자들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가. ‘권언유감(權言遺憾)’이다. 동시에 권언유착은 않길 바라는 ‘정권교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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