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두째 이야기] 거친 언행보다 ‘고품격 토론’을 바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운동 퍼포먼스 모습.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운동 퍼포먼스 모습. 자료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2일 남았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짊어질 새 지도자 선출이 임박했다. 안철수의 ‘마이웨이’ 선언에 남은 큰 변수는 없어 보인다. 찍을 후보가 없다는 대선이라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일주일 뒤 사전투표(4~5일)가 시작된다. 

누가 되더라도, 국민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새 지도자는 대전환의 시대, 감염병과 국론 분열의 파고를 넘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남은 선거기간 동안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확실한 비전과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어영부영 시간만 축냈다간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임박해서인가. 유세에 나선 후보들은 요란한 ‘쇼(show)’를 한다. 이재명은 ‘하이킥’을, 윤석열은 시도 때도 없이 ‘어퍼컷’을 날린다. 쇼라도 국민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으니 할 텐데, 확 와 닿지는 않는다. 

하이킥과 어퍼컷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인지, 대선 승리인지, 상대 후보인지. 쇼까진 좋다. 문제는 그다음에 따라붙는 ‘막말’이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유세장이건, 토론장이건 틈만 나면 앙앙불락(怏怏不樂)하며 험담하기 바쁘다. 

말과 말을 타고 독설이 난무한다. “이재명 게이트” “무솔리니와 히틀러” “박살 내겠다” (윤석열), “바보탱이” “소도둑”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이재명).

‘비호감 대선’에 원플러스 원으로 ‘저급한 대선’이 추가됐다. 지지자들이 연호하고 함성을 지르면 신나서 더 한다. 착각은 자유지만, 내면을 벗어난 거친 언사는 국민에게 피로와 정치혐오만 불러일으킬 따름이다. 

둘의 방송토론은 예능도 다큐도 아니다.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내가 이걸 보려고 TV를 켰나’ 싶은 자괴감은 왜 국민 몫이어야 하는가. 이러고도 ‘앞으로 제대로’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명색이 1, 2등을 다투는 후보들인데, 재미는 없어도, 품격있게 경쟁할 순 없을까.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선거 문화는 ‘정치 퇴행’이다. 

흔히 정치는 ‘쇼’라고 한다. 정치인은 그 ‘쇼’가 먹히기 때문에 ‘쇼’를 할 것이다. 다만, 보는 이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면 흥행을 거둘 수 없다. 아니, 얼른 접어야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내 눈엔 하이킥이나 어퍼컷이나 도긴개긴이다. ‘유쾌, 상쾌, 통쾌’ 하지도 않다. 볼 때마다 허리 디스크나 담이 들지 않을까 걱정일 뿐. 

날도 추운데 삐끗했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 천금 같은 시간을 병원에서 허비할 순 없지 않은가. 발과 주먹을 쓰기보다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시라. 말도 곱게 하면 ‘금상첨화’겠다. 오늘 밤 TV토론 주제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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