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얼어 죽어도 아이스
라는 말에 
얼려 죽여도 아재개그
라고 받아치니
정말 죽이려고 들더라

매순간 죽을 고비를 넘기는 것이
아재개그의 묘미

얼죽아를 먹는 젊음이나 얼어죽일 아재개그를 치는 중년이나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얼죽아를 먹는 젊음이나 얼어죽일 아재개그를 치는 중년이나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줄임말이 유행이다. 정말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이다. 모바일 기기의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가뜩이나 우리 민족의 특성인 빨리빨리가 심해진 탓이다. 구어를 대신한 문자 메시지는 문어가 아니라 그 중간 쯤일 것이다. 글이 아니라 톡이다. 

비하인지 조롱인지 아재라는 말도 흔하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친근감 정도이지, 존경이나 찬사의 호칭은 결코 아니다. 아재의 감별 방법 중 줄임말을 얼마나 적절히 잘 쓰냐도 있단다. 서술어미와 마침표, 쉼표 등을 곧이곧대로 다 쓰려고 하면 아재일 가능성이 커진다. 톡의 속도, 개그 수준, 이모티콘 활용 역시 판정 기준이란다.

카페에서 딸아이가 얼음 음료를 시키며  '얼죽아'라고 외친다. 아빠는 찬 음료는 못 마셔도 좌중을 얼리는 아재개그는 친다고 했더니 역시나 혀를 끌끌 차며 다른 데 가서는 그러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 충고에도 불구하고 시까지 써서 여기에 이러고 있다. 뻔뻔한 것이다. 그래도 굳이 아재가 아니라고, 젊다고 우기고 싶지는 않다. 고루하고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억지로 줄임말을 쓰고 싶진 않다. 민폐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 아재도 우리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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