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정부 비판하며 소통 내세웠던 정부에 남는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은 오미크론 변이 대응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사진: 지난해 1월 대면과 비대면을 통해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오미크론 변이 대응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사진: 지난해 1월 대면과 비대면을 통해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 모습. 청와대 제공.

“여러분 모두와 일하는 게 즐거웠다. 물론 모든 기사를 다 좋아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관계의 핵심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분의 대단한 기여에 감사드린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을 받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월 고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재직 시절 기자들과 소통을 즐겼다. 필요에 따라 스스럼없이 인터뷰에 응했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통로와 방법을 활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했다. 

백악관 최장수 출입기자였던 고(故) 헬렌 토머스 기자는 생전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유일하게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있는 자리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에선 없으면 안 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년 출입기자들과 가졌던 신년 기자회견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말로는 “오미크론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못내 아쉽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이후 공식 기자회견이 10번(총 8회)도 안 되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150번 직접 브리핑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여 차례 국민 앞에 섰다. 특히 박근혜 정부를 ‘불통’이라고 비판하며 ‘소통’을 내세웠던 정부였기에 아쉬움은 더하다. ‘홍보수석’ 직제를 ‘국민소통 수석’으로 바꾼 이유도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었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다음 달 15일부터 시작하는 만큼 대선 전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퇴임(5월 10일) 전 고별 기자회견 정도가 전부일 터. 박수현 국민소통 수석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해 주시는 언론인 여러분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여의치 않게 된 점이 매우 아쉽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시간이면 넉넉한 회견인 만큼, 지난해처럼 비대면(화상)으로 하면 문제 없었다고 주장한다. 오미크론 대응이 그 정도 엄중했다면,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순방도 연기하는 게 옳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국정을 설명하는 건,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이다. 40여 일 남은 대선을 얼마나 공정하게 관리할지, 올해 들어서만 4번의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어떤 결정이었는지, “송구하다”고 밝힌 부동산 정책을 다음 정부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는지, 이 나라 국민은 궁금하고 묻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이다. 

신년 기자회견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뿐만 아니라, 춘추관 출입 기자들도 학수고대하는 ‘빅 이벤트’다. 어떤 질문을 할지 몇 날 며칠 준비하고, 대통령 지목을 받기 위한 '전략'도 궁리한다. 올해만큼은 국민에 대한 기회도, 기자에 대한 기회도 모두 사라진 셈이다. 

문 대통령 고별 기자회견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대통령께서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약속을 어느 정도 지켰다고 평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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