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정민철 박찬호 손혁 최원호 홍원기 등 레전드들

1992학번들은 한화이글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선수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정민철 현 한화 단장(오른쪽)과 최원호 2군 감독(왼쪽).
1992학번들은 한화이글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준 선수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정민철 현 한화 단장(오른쪽)과 최원호 2군 감독(왼쪽).

2022시즌 개막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개인 훈련 및 정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은 2월 1일에 일제히 시작되는 동계 전지훈련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각 구단의 동계훈련은 3년째 국내에서 치러질 계획이다. 각 구단은 팀 전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입국을 서두르고 있는데 한화이글스 역시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입국을 해 동계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자국의 상황으로 인해 동계훈련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입국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자칫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에 대해, 한화이글스는 지난 시즌 수석코치로 수베로 감독을 보좌했던 대럴 케네디 코치(올 시즌에는 작전 및 주루(3루) 코치)가 수베로 감독이 전지훈련에 합류하시는 시점까지 감독대행의 역할을 맡아 전지훈련을 이끌 예정이다.

한편, 케네디 코치가 맡았던 수석코치에는 웨스 클레멘트 코치가 새롭게 영입되면서 수베로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을 함께 하게 되었다. 클레멘트 코치 역시 젊은 선수 육성에 많은 경험을 가진 지도자로 한화이글스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수베로 감독의 야구 철학을 잘 이해하고 함께해 줄 것으로 보인다.

조니 워싱턴 코치가 떠난 메인 타격 코치에 임명된 김남형 코치를 보좌하기 위해 미국에서 연수를 마친 박윤 코치가 새롭게 합류했다. 박윤 코치는 한국 리그에서는 처음으로 지도자 데뷔를 하게 되었고 한화이글스의 전임 단장이었던 박종훈 전 단장의 아들로 아버지에 이어 이글스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화이글스는 2월 1일부터 지난 시즌 전지훈련지였던 거제에서 2022시즌을 위한 동계 전지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주에 다뤘던 “전설의 92학번” 선수들의 두 번째 이야기로 “한화이글스와 인연을 맺은 92학번 선수들”을 만나보기로 하자.

지난주에도 언급했듯이, 전설의 92학번은 소위 말해서 1973년생으로 1992년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을 일컫는다. 물론, 부상이나 기타 이유로 인해서 유급이라는 제도 속에 1972년생도, 우리만이 갖는 “빠른 생일” 문화로 인해 1974년생도 있다. 하지만 기준은 대학 입학 연도 기준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1992년에, 대학을 졸업한 선수는 1996년에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한화이글스와 “인연”을 맺은 92학번 선수들

“전설의 92학번” 중에서 한화이글스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한화이글스의 정민철 단장일 것이다. 정민철 단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로 현재 우완 투수 최다승(161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2년 대전고를 졸업하고 고졸 우선 지명으로 당시 빙그레이글스에 입단한 정민철은 입단 첫해부터 14승을 거두며 혜성같이 등장했다(아쉽게도 신인상은 롯데 염종석이 차지함). 사실 정민철은 대전고 시절에 워낙 쟁쟁한 동기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호리호리한 체격에 날카로운 공을 가진 투수로 잠재력을 인정받았었다.

이글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0년 일본 최고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스카우트 되기에 이르렀지만 2년 동안 일본 생활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부상과 리그 격차에서 오는 적응의 실패로 귀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호투한 뒤에도 제대로 된 기회를 받지 못하는 등의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2002년 한화이글스에 복귀한 정민철은 예전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팀의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투수 코치로 후진 양성에 힘을 보탰다. 이후 해설위원을 거쳐 2020시즌에 한화이글스의 단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친정 팀의 미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민철의 현역 백넘버였던 23번은 영구결번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한국 최고의 야구 선수를 꼽자면 많은 후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야구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 야구 선수를 꼽는다면 박찬호가 첫 손에 꼽힐 것이다.

박찬호는 한화이글스의 지역 연고인 공주고를 졸업하고 한양대에 진학했다. 지난주 언급한 수도권의 “빅 3” 투수들에 견줘 공의 스피드는 결코 뒤지지 않았으나 안정감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정민철과 함께 1992년에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지만, 인연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 이후,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박찬호는 현재까지 한국인을 넘어 동양인 메이저리거 최다승 기록(124승)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까지 메이저리거로 2011년에는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이어간 박찬호는 고향을 떠난 지 20년 만엔 2012년에 극적으로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회의 때 아무도 지명하지 못한 한화이글스에게 2011년 박찬호를 지명할 수 있는 “박찬호 특별법” 심의가 통과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게 고향 팀인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는 2012시즌을 한화이글스와 함께하면서 자신의 야구 인생 마지막을 장식하고 은퇴를 맞이했다.

현재 한화이글스의 퓨처스 감독을 맡고 있는 최원호 감독도 92학번 멤버이다. 인천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최원호 감독은 현대유니콘스와 LG트윈스를 거치면서 우완 투수로 팀의 마운드를 책임지는 우수한 선수였다.

은퇴 후 코치와 해설위원을 거쳐 2020시즌 한화이글스의 퓨처스 감독으로 영입되었고 한용덕 감독이 퇴진 후 감독대행을 맡아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시즌에도 수베로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 한화이글스의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영입된 손혁 역시 1992학번 멤버이다. 손혁은 박찬호와 공주고 동기로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LG에 입단 후, 해태와 기아 그리고 두산을 거쳐 선수 생활을 끝냈다. 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지도자 연수를 받고 돌아와 후진 양성에 힘을 쏟다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염경엽 현 기술위원장의 발탁으로 넥센 투수 코치를 시작으로 SK 투수 코치도 역임했으며 2020시즌에는 키움의 감독으로 선임이 되었으나 성적 부진으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2009년 인스트럭터로 한화이글스와 잠깐 인연을 맺었던 손혁은 2022시즌을 앞두고 정민철 단장의 요청에 화답하면서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고향 팀과 다시 인연을 맺고 새롭게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다. 한 팀의 감독까지 역임한 경험이 있기에 한화이글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설의 92학번 동기생들”인 정민철 단장, 최원호 퓨처스 감독, 손혁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펼쳐갈 한화이글스의 미래에 기대가 된다.

1996년 한화이글스에는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이 대거 입단하게 된다. 당시 가장 기대를 받았던 선수는 홍원기, 송지만, 이영우로 이어지는 삼총사였다. 이들 역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전설의 92학번 멤버들이었다.

박찬호, 손혁과 공주고 동기로 고려대를 졸업한 홍원기는 현재 키움의 감독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키움의 감독으로 선임된 홍원기는 히어로즈에서 수비, 주루, 수석 코치 등을 역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지난 시즌을 앞두고 감독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한화이글스와의 인연은 1996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하였으며 세 시즌 활약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송지만은 현재 기아의 타격 코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6년 한화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영우와 더불어 1999년 한화이글스의 첫 번째 우승이자 마지막 우승에 큰 공헌을 하면서 팀의 외야와 중심 타선으로 많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03년 부상과 팀 내부적 마찰로 인해 히어로즈로 이적하는 아픔이 있었다. 히어로즈로 이적한 송지만의 활약은 여전했기에 한화이글스로서는 뼈아픈 트레이드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프랜차이즈 선수 중 한 명인 이영우는 홍원기, 송지만과 1996년에 입단했다. 두 선수와는 다르게 2010년 은퇴할 때까지 한화이글스에서만 뛴 원팀 선수였다. 지도자로 변신했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이영우는 현재 대전제일고등학교 감독으로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경남상고에서는 곽재성과 한양대에서는 박찬호와 호흡을 맞추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중간 계투 요원으로 요긴한 활약을 펼쳤던 좌완 차명주는 선수 말년에 3년 동안 한화이글스의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인연을 맺었고, 최원호 퓨처스 감독과 인천고 동기생인 정경배 코치는 2020시즌 퓨처스 타격 코치로 영입되면서 2년 동안 한화이글스의 젊은 타자들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이렇게 많은 “전설의 92학번” 중에 한화이글스와 인연을 맺은 92학번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이 지면을 통해 이 선수들의 활약상을 모두 소개할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이 선수들은 지금 프로야구계에서 단장으로, 감독으로, 코치로 또는 아마추어 지도자로 활약하면서 한국 야구계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전설의 92학번”들의 활약이 돋보일수록 우리나라 야구계는 더욱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아쉽게 2년 연속 최하위로 2021시즌을 마감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스프링캠프를 통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시즌2 2022시즌에는 많은 성장을 이뤄내며 많은 팬의 기대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수단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반드시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내년 시즌에는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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