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일곱번째 이야기] ‘정의당다움’ 복원이라는 마지막 소임 다해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페이스북.

심상정은 닷새 만에 돌아와 “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치고 올라갈진 알 수 없다. 상황이 녹록하거나, 낙관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심상정과 정의당이 정권을 잡으리라 믿는 국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 역시 이재명과 윤석열 일거수일투족만 좇기 바쁘다. 안철수까진 끼워주는 모양인데, 심상정은 관심 밖이다. 

여성 국회의원 중 최다선(4선)이고, 19대 대선에 이어 재도전인데, 지지율은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노회찬이라도 있었다면, 유창한 언변으로 국면 전환을 도모했을지 모르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심상정은 어찌하여 이번 대선판의 ‘섬’이 되었나.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2년 전 총선에서 비례대표 5석에 지역구 1석만 건졌을 때, 그녀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과 손잡고 조국 장관 임명에 침묵한 건-스스로 인정했듯이-패착이었다. 

당 대표로 선거를 총지휘한 심상정은 자기만 유일하게 지역구에서 살아왔다. 선대위 해단식 날, 검은 정장을 입은 ‘철의 여인’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20년간 고된 길을 걸어왔지만 한 번 더 시작하겠다.” 

정치개혁과 시대 변화를 열망하던 때, 정의당은 국민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노동자와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며 대안 정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정의당의 몰락 이유 중 하나로 ‘포스트 노회찬’ ‘포스트 심상정’을 키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선거는 결국 조직력 싸움인데, 정의당은 철저히 개인기에 기대어왔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심상정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제일 먼저 찾은 대선 후보는 심상정이다. 그녀는 예고 없이 참사 현장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만나 “마음이 쓰여 왔다”고 위로했다. “참사가 났는데 그대로 있기 죄송해 실종자 가족들을 뵈러 왔다”고도 했다.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났는데 코빼기도 안 비치는 후보들보다 인간적이다. 

심상정은 2017년 자서전《난 네 편이야》에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이다.’ 당시 널리 외쳤던 구호가 말해주듯 저임금도 저임금이지만 사람 취급을 못 받는 존재가 ‘노동자’였다. 그런 악조건이었으니 노동자들이 저항하는 과정도 격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썼다. 

심상정은 “정의를 잃은 정의당”이 가장 뼈아픈 말이라고 했다.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살리려면 ‘정의당다움’을 복원해야 한다.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얘기다. 쇄신의 절박함으로, 다음 세대 진보가 심상정의 20년을 딛고 당당하게 미래 정치를 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대선에서 ‘졌잘싸’해야 지방선거에 희망을 걸 수 있다. 

포기는 이르다. ‘쇼트컷 컴백’도 같은 이유일 터. 시간은 남았고,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 국민의 마음은 “정의를 회복한 정의당”일 때 비로소 돌아오리니. 심상정이 완수할 마지막 소임이기도 하다. 심블리,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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