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여섯번째 이야기] 대선 후보의 ‘메시지’가 중요한 이유

선거에서 진다고 죽진 않는다. 실패해도, 망하지만 않으면 재기할 수 있는 곳이 정치판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실패한 심상정, 안철수, 홍준표가 ‘복귀’한 걸 보라. 그런데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결이 달라 보인다. 망조의 길만 좇는 것 같아 걱정이다. 

여러 논란과 의혹은 차치하고 최근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포스팅에 뒤도 안 보고 올라탄 것만 봐도 그렇다.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재벌 기업가의 발언은-“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제 부족함”이라고 사과했지만-스벅 커피값 인상만큼 못내 아쉽다. 

다만, 그걸 애써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건 패착이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달·파·멸·콩’ 인증 릴레이는 파급력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빨갱이’로 몰려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에 결례를 범한 셈이다. 

여가부 폐지와 병사 200만원 월급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북한 선제 타격으로 남북을 갈라친 것도 모자라 이념마저 분탕질했으니. 그래놓고 어찌 ‘국민통합’을 운운할 수 있나. 자영업자·소상공인과 고통을 나누겠다면서 대형마트에서 카트 밀고 장 보는 장면도 난센스다. 

러시아 출신 귀화 한국인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는 ‘멸공’ 인증에 나선 국민의힘과 윤 후보를 향해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극우들은 본래 수준 딱 그대로다. 불가사리처럼 진화를 거부하는 동물들”이라고도 독설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다를까. 민주당이야말로 ‘행진의 원조’ 격이다. 그들은 과거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하고 있다. 그러면 뭐하나. 180석을 갖고도 민주화 운동의 ‘대모’ 고(故) 배은심 여사 숙원인 ‘민주유공자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쩔쩔매는데.

이재명 후보는 어떤가. 대기업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용도 전에 누더기가 돼 버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고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안심시키는 발언도 했다. 연초부터 작업 현장 이곳저곳에서 인재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그의 말은 너무나 ‘가볍고 쉽게’ 들린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발표한 161개 공약 중 ‘노동’과 관련한 건 단 3건에 불과하다. 대신 노동의 빈자리에는 ‘국민소득 5만불’ 같은 개발 구호가 들어앉았다. 중도 표를 얻겠다고 ‘왼쪽 아닌 오른쪽’을 자꾸 넘보려는가.

현행법상 주요 정당 후보가 참여하는 대선 법정토론은 총 3번(2월 21일과 25일, 3월 2일) 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번외로 설 명절 전 추가 토론에 합의했다. 예비 국가지도자가 내놓을 ‘메시지’에 온 국민의 눈, 귀가 쏠리고 있다. 

대선 후보 메시지는 전 국민에 가 닿아야 한다. 그러니 둘 다 제대로 준비해서 토론에 나오시라. 나와서 당과 후보의 메시지를 정확히 국민에 전달하시라. 멸치, 콩 사러 다닐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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