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다섯번째 이야기] 윤석열,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KBS가 5년 만에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을 내놨다. 조선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드라마다. 지난주 방송에선 이방원의 수하가 선죽교 다리 위에서 포은 정몽주를 제거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방원은 이성계를 왕좌에 앉히기 위해 고려의 상징과 같은 충신을 없앴다.

‘쿠데타’로 세운 역사는 태종에 이은 세종 시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로 미화됐다. ‘용비어천가’는 조선 개국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 노래다.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는 당위성을 내세웠다. 

이전 왕조의 윤리적 결함과 정치적 무능을 강조하며, 권력 장악 과정에서 벌인 ‘피의 역사’를 합리화했다. 그야말로 천명을 거역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승자는 아무리 부족하고 무능해도 성군(聖君)으로 추앙받지만, 패자는 폭군(暴君)으로 전락한다. 이래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 

국민의힘 ‘살리는 선대위’가 해체했다. 윤석열 후보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슬림화해 실무형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실무형 선대위’는 김종인 총괄이 하자고 한 건데, 오히려 그를 내쳤다. 그 여파에 윤 후보 지지율과 정권교체 여론이 뚝 떨어졌다. 

윤 후보는 ‘본부장 리스크’에 더해 ‘연기(演技)’까지 강요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전문 배우의 숙련된 연기에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도 잘 모르는 대선 후보에 연기를 주문하면 지지율이 오를까, 국민의 흥미를 끌까. ‘막장 드라마’를 찍는 거면 몰라도. 

하긴 아침에 결별을 선언한 당 대표와 저녁에 포옹하는 걸 보면 이미 드라마 한편은 찍은 듯하다. 새 역사를 쓰겠다는 제1야당의 현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본인(들)부터 죽을 둥 살 둥 하는 판에 무슨 수로 ‘희망을, 정의를, 국민을, 나라를’ 살리겠다는 건가.

지난 4일 <'여의도' 못가고 '서초동' 머뭇대는 윤석열>이란 CBS 칼럼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정의 핵심기관이다. 그래서 중앙지검장을 마치면 흥건한 피로 물든 갑옷도 말리고 세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늘상 전쟁하는 마음이라면 검찰총장직은 너무 위험한 과속이라고 명철한 법률가들은 지적했다. 1~2년 또는 2~3년간 지방을 오가며 무도에서 문도를 오가고, 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음에 대한 숙고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의 길은 일사천리로 열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은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이방원의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홀로서기’를 선언한 윤 후보 곁에는 포은 같은 충신도, 정권교체를 위해 칼을 든 이방원도, 정도전 같은 전략가도 안 보인다. 파리 떼와 보수 언론의 ‘윤비어천가’만 측은하게 들릴 뿐이다. 윤은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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