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FA 철수, 전력 보강 실패, 육성으로만 리빌딩 완성?

한화이글스 정민철 단장(왼쪽)와 수베로 감독(오른쪽). 한화는 2022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화이글스 정민철 단장(왼쪽)와 수베로 감독(오른쪽). 한화는 2022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1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2018시즌의 한화이글스. 그 기세는 다음 시즌에 바로 꺾여버렸다. 2018시즌의 한화이글스는 강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서, “우주의 기운”이 한화이글스에 모이면서 겨우 해낸 “암흑기 탈출”이었다.

하지만, 암흑기 탈출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과 김성근 감독의 명장 시대를 지나면서 투자를 통한 전력 강화에 애를 썼던 한화이글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최근, 리그 우승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었다. 신, 구의 조화가 맞고 전체적인 전력 밸런스가 훌륭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당연함”을 알면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우승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성장 그리고 베테랑들의 리드와 서포트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강한 전력으로 우승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결국엔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되는 것이다.

“명장 시대”에 한화이글스에는 “젊음”이 없었다. 즉,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뎠고 베테랑들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짝 활약은 있을 수 있으나 연속성의 활약은 없었다. 제아무리 국가대표급 베테랑들이 있었어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이유이다.

“명장 시대”의 투자는 목표가 불분명했다. 소위, 리그 “S급” 선수의 영입은 팀의 전력을 보강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팀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정도의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또한, 팀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확실하게 채울 수 있는 영입이 이루어져야 “투자”에 대한 “빛”이 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장 시대”의 투자는 그 빛을 다하지 못했다. 정근우, 이용규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은 팀을 이끌어가는 큰 역할을 했다. 권혁의 불꽃 투혼은 짧지만 강렬했다(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송신영, 배영수, 송은범, 심수창의 영입은 냉정하게 유망주 출혈밖에는 없었다. 외부 영입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베테랑에 외부 영입된 베테랑들이 넘치다 보니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이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물론 2018년의 기적(?)으로 11년 만의 가을야구 맛은 봤지만, 이게 전부였다. 이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 결과였다.

이제 투자는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팀 전체의 상황과 맞물려 냉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과 성장 그리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팀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채움”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22시즌을 맞는 이번 “스토브리그”는 한화이글스에게 그야말로 “투자”의 적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빈손”이었다.

대어 즐비한 외부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 소극적 및 철수로 전격 보강 실패

한화이글스는 2020시즌 하반기를 기점으로 전면 세대교체와 리빌딩에 들어갔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굴해 기용하면서 그들의 성장을 도모했다. 2020시즌이 끝나고 많은 베테랑과의 이별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추구했고 구단 최초로 외국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 정점을 찍었다.

그런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으로 이어지는 한화이글스의 “내야 라인업”이다. 하주석은 부상으로 부침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한화이글스에서 일찍이 핵심 유망주로 분류되어 전폭적인 기회를 받으면서 주전 자리에 입성한 선수이고 정은원은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와의 경쟁을 이겨내고 주전을 차지했으며 노시환도 무주공산이 된 3루 자리에서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주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야는 그렇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가 한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이용규가 중심을 잡아줬으나 그 어떤 선수도 외야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선수는 없었다. 젊은 선수 뿐만 아니라 중고참급 선수들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2021시즌을 맞아서는 이용규와의 계약마저 포기하면서 전면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는 없었다. 아니 생각보다 더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용규와의 이별이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로 말이다.

굳이 성과가 있었다면, 젊은 선수들이 1군 무대에 나서며 경험을 쌓았다는 것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여지는 만들었으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의 외야진 보강은 한화이글스에게는 절대적이었고 절호의 기회였다. 김현수든, 나성범이든, 김재환이든, 박건우든, 박해민이든 그 어떤 선수가 와도 한화이글스 전력에는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단의 움직임은 없었다.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팀에서 “리빌딩”을 하는데, 가장 취약한 포지션에 전력 보강 시도를 하지 않았다? 참, 아쉽고 과연 “리빌딩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까지 든다. 누누이 언급하지만, 팀 전력의 강화는 신, 구의 조화가 맞아야 하고 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보강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화이글스는 내야에 자리 잡은 신예 주전들과 호흡을 맞출 “외야의 중심”이 필요했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외야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훨씬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더 아쉬운 것은 다음이 과연 언제일지 다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육성으로만 리빌딩이 완성된다면 한화이글스는 이미 강팀

이렇게 된 이상, 한화이글스는 기존의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의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젊은 선수들에게 무조건 기회를 준다고 모두 주전급으로 오롯이 성장할 확률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외야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면 한화이글스의 내야진처럼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1년에 유망주 한 명만 터져도 성공이라는 것이 프로야구 세계다. 올 시즌 외야에서 기회를 받은 선수 중 어느 선수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단 말인가.

이런 논리라면, 지금 한화이글스 선발 마운드에 유원상과 김혁민이 고참으로서 에이스급 역할을 해주고 있어야 한다. 안승민은 필승 불펜이나 마무리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화 마운드에 없다.

이번 시즌 복귀한 사이드암 김재영은 이미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5선발 후보일 뿐이다.

올 시즌 트레이드로 팀을 떠난 오선진과 강경학은 강력한 키스톤 콤비가, 양성우는 전천후 외야수로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주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다. 그만큼 유망주에게 기회만 준다고 주전급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유망주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1군은 증명하는 자리이지 실험하고 선수를 키우는 자리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을 실험하고 육성하는 곳은 퓨처스가 맞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상황은 1군이 실험하고 선수를 육성하는 자리가 되고 있기에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아는 이범호와 김주찬을 영입하고 부족한 외야와 중심타선을 메우기 위해 거액을 들여 최형우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이제는 나성범을 영입하고 양현종을 컴백 시키면서 다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신생팀 NC는 손시헌과 이종욱의 준척급 선수를 영입하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이호준을 영입한 후, 박석민을 영입하면서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고 이용찬과 박건우에 손아섭까지 손에 넣으면서 다시 우승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T는 유한준과 박경수를 창단 후 영입하면서 기틀을 마련했고 황재균을 영입하면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올 시즌 창단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LG는 차우찬으로 선발진 보강을 하고 김현수를 영입하면서 팀 체질 개선과 중심을 한꺼번에 잡았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박해민까지 영입하면서 우승으로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삼성은 부족한 포지션 보강을 위해 강민호, 우규민, 이원석을 영입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의 최대 약점인 중심타선과 1루수 보강을 위해 오재일까지 영입하면서 다시 상위권 도약에 성공했다. SSG는 최정과 이재원의 기존 선수를 지켜내면서 최주환까지 영입하며 자신들의 강점을 더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여기에 장기 계약을 통해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 등의 기존 선수들을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없는 자원에 외부 자원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자원에 부족한 부분 또는 더 강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외부 영입을 시도하며 우승을 향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래야 우승 전력이 가능해지고 우승컵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이글스는 전력이 약했다. 우승 전력은 고사하고 가을야구 진출도 어려운 전력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회가 있을 때 하나, 둘 선수를 끌어모아야 한다. 어디에? 한화이글스의 부족한 전력에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최소 한 명은 외야 전력 보강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리고 내년을 또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게 전력을 쌓아가면서 젊은 선수들의 육성도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리빌딩이 완성되면 큰 투자 없이 전력 보강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확률은 너무 적기 때문에 모든 팀이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당장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일 확률”과 “베테랑 주전 선수가 꾸준한 경기력을 보일 확률” 중 어느 쪽이 경기력이 더 좋을까를 고르라면 필자는 당연히 “베테랑 주전 선수의 꾸준한 경기력”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한화이글스의 이번 “스토브리그”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아쉽게 2년 연속 최하위로 2021시즌을 마감한 한화이글스 선수들.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아직은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성장을 이뤄내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했다.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높이고 역량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서 화려하게 비상(飛上)하는 독수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이하 많은 코칭스태프 그리고 주장 하주석 선수를 비롯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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