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사랑의 불을 뿜는 연탄, 2021-12, 송선헌
각양각색의 사랑의 불을 뿜는 연탄, 2021-12, 송선헌

1.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엔 널 ‘탄(炭)’이라 부르련다.

 우리의 마지막 코스는 뚝딱 안주가 나오는 홍두깨 식당이다.
이유인즉 사실은 그곳만 새벽 시간에 문을 열기 때문이다.
늘 그러하듯 두부두루치기에 파란 이슬을 시킨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입구의 탄난로가 
취기 대신에 새벽의 굽은 손과 굳은 엉덩이를 녹여준다. 
부르지도 않는데 손과 몸이 간다. 
반가운 따뜻함이다.

2. 나도 너처럼
기억들을 그립게 재생시키는, 맘도 몸도 추운 이들을 위로하는, 태워서라도 고마워 할 줄 아는, 시작은 검지만 점점 붉어지고 마지막은 살구색으로 끝을 맺는, 처음엔 무겁지만 열량을 소진하면서 점점 가벼워지는, 착한 값에 서민들의 온돌인, 그러기에 달동네 이미지가 강한, 아직도 일부 음식점과 집 그리고 하우스 난방으로 쓰이는
 나도 너처럼
사악한 마음의 구멍을 뚫어 착한 이들과 접촉 면적을 늘려야하고, 일제강점기 때 전파된 역사도 인정하고,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구멍을 잘 맞추어야 하는, 수술도구처럼 꼭 집게가 필요한, 세상이 변하듯이 석유와 도시가스로 급격히 사라진, 급하면 119를 부르듯이 번개탄이 필요한, 과거 민둥산 녹화사업의 1등공신인, 한 장에 대략 3.5kg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착한 너도 대기오염의 주범이고, 일산화탄소라는 무색무취의 독(毒)을 품고 있는, 혹 널 마셨다고 하더라도 바로 병원으로 가기 그리고 동치미는 절대 마시지 않기
 나도 너처럼
타고 나서도 쓸모 있는 가벼움으로, 눈이 오면 미끄럼 방지용으로, 화단의 부족한 흙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코어로, 멋진 예술품으로 탄생되고 싶다.

3. 오래 전 협회에서 탄배달 봉사를 하기로 하였다. 배달할 집을 선정하고, 탄가게에 전화를 넣어 내일 골목 입구에 탄 몇 백 장을 놓아 달라 이야기 하고는 다음 날 열 몇 명이 모여 장갑을 끼고 비닐 옷을 입고 갔는데 탄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유인즉
글쎄 밤사이에 누가 훔쳐 갈까봐 할아버지 혼자 집으로 다 들여놓았단다.
우린 증거사진만 찍고 내려온 ‘웃픈’ 봉사경험도 있었다.

4. 오래 전 폐광되었지만 황간면 용암리 우리 집 윗동네엔 무연탄광이 있었다. 철길 위를 바퀴 달린 리어커들이 탄을 날라 동네 어귀에 쌓았고, 이것을 오토(烏土) 트럭들이 실어 갔다. 그러니 동네는 온통 검정이었지만 버스가 없던 시절 면(面)에 나갈 일이 있으면 히치하이킹처럼 얻어 탔었다. 그런데 이 철로를 달리던 바퀴에 머리를 다쳐 상처가 길게 있었던 문하류씨 시골 친구는 그 후유증이겠지만 머리가 아파 정신병원에 있다가 오래 전 하늘로 갔다.  

5. 탄소 제로를 극렬히 요구하는 21C에도
요즘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난 나무만 때던 산골 출신이라 경험해보지 못한 
달달한 달고나를 만들어 주는 추억의 너 
탄(炭).

우연은 없다. 
수 억 년을 에너지를 품고 묻혀 있었듯이 
모든 것이 인연과 원인의 결과로
이 세상 또한 
너처럼 뜨겁지 않더냐?
2022에도 삶들이! 


이름: 송선헌(宋瑄憲)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Fellow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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