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아흔아홉번째 이야기] ‘꼰대’ 이미지로 청년 표심 얻기 어려워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내년 대선의 ‘스윙보터’로 등장했다. 여야 대선 후보마다 청년 표심을 얻겠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간담회를 하고, 야구장을 찾고, 앞다퉈 공약을 내놓는다. 

청년들은 선거 때마다 사실상 기성 정치인 ‘병풍’ 역할을 해왔다. 정치권은 그들을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세워놓고 ‘청년정당’이라고 선전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왔을까. 얼마의 돈을 준다니까 아르바이트한다는 생각으로 오지 않았을까. 

이제 청년 표가 아쉽게 되니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고 한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청년 면접 수당 지급’(이재명),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하한(윤석열)’ 등. 그런 호의와 관심에 진정성을 느낄 청년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MZ 세대는 공동의 이익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자기에게 이로운 건 붙잡고, 불리한 건 과감히 버린다. 홍준표 전 후보가 인기를 얻은 건, 청년들이 원하는 걸 딱딱 짚어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무야홍’이 나을 뻔했나 싶다. 

MZ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성이다. 젠더(성별) 이슈를 비롯해 수저계급론(금수저·흙수저), 지역별(서울 청년·지방 청년)로 입장이 제각각이다. 이걸 정치적으로 갈라치려는 전략은 얄팍한 발상에 불과하다.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언지 파악하고, 맞춤식 공약을 만들려면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중앙이든 지역이든 여야 선대위에 청년 활동가가 전면에 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5060 세대(이재명 56세, 윤석열 60세, 안철수 59세, 심상정 62세)가 청년을 모아놓고 이 얘기 저 얘기한 들, 20~40년 세대의 벽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질까. 그들의 비전이나 가치를 선대위가 같이 만들어간다는 걸 보여줘야 청년들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까. 

‘대화’라는 건 만나서도 할 수 있지만, SNS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메타버스 등 MZ 세대만이 할 수 있는 소통 채널도 결국 MZ 세대만이 접근 가능한 까닭이다. 

선거는 후보 위주가 아니라 유권자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 후보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방향으로 동참하면서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후보가 마음에 안 들면 유권자는 투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민지·민준(MZ세대 의인화 표현)’이 투표를 포기한다면, 미래사회에 어떤 문제가 파생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올드보이’는 뒤로 빠져 청년들의 병풍 노릇을 자처할 때 세대교체·시대교체·정치교체의 마중물로 작용하지 않을까. 미래세대의 마음을 얻은 쪽이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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