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피해사건 비실명 판결문 공개 이후 여론 엇갈려
국감에서 박성준 의원 "공개" 주장..법원, "관련 법 개정이 먼저"

판결문 공개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 개정이 먼저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판결문 공개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 개정이 먼저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상현 기자]최근 국정감사에 이어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심석희 선수와 관련된 성폭행 피해 사건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판결문 공개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법원은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국회의원(서울 중구성동구 을)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법과 대전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판결문 공개를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3권 분립은 견제와 균형의 기반이고, 각 권력의 독립은 자유와 민주의 생명줄"이라며 "몽테스키외는 법관이 입법자가 되면 국민의 자유를 빼앗고, 행정까지 맡으면 폭력과 압제를 자행한다고 통찰했다.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를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결국 판결에 대한 공개를 통해 시민이 검증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연방법원·주 대법원·항소법원·지방법원·파산법원 등의 법정기록 수십억 건이 공개돼 있지만 한국은 판결문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판결이 확정된 민형사 판결문에 대해서 공개하고 있지만 '대법원 종합 법률 정보 시스템'에는 대법원 판결문의 3.2%, 각급 법원 판결문의 0.003%만 공개돼 있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특히 "판결된 판결문은 누구나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중대사건의 경우 헌법과 법률적 양심에 따라 재판이 제대로 됐는지 따져봐야 하고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도 판결문 공개를 통해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박 의원 주장에 대해 이균용 대전고법원장은 "개인정보를 제외한 판결문은 공개하고 있다"면서도 "대법원에서도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실 판결문은 개인정보를 가리는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 법원이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본은 재판 당사자와 변호인 등 일부에게만 공개된다. 대다수 일반인이 특정 사건의 판결문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심석희 선수와 관련된 성범죄 판결문이 비실명화된 상태에서 법원이 아닌 판례 검색서비스 업체를 통해 공개되자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법원에서는 성범죄와 관련된 판결문은 원본 뿐 아니라 비실명화된 상태에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심석희 선수와 관련된 성범죄 사건 판결문이 공개되자 사건의 특성상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특히 또 다른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판결문 공개는 부적절하다는 여론에 무게가 싣고 있다.

하지만 심석희 선수 사건과 별개로 판결문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성범죄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다른 형사나 민사, 행정 사건의 판결문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재판부도 재판에 신중해지고,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선고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법조계 한 인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재판부가 판결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나왔고 성범죄 사건 등 제2의 피해자나 민감한 부분이 담긴 판결문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공개나 열람을 제한할 수도 있다"면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 법원 관계자는 "판결문 공개와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판결문을 공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피해 등도 고려해야 하는 관계로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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