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 빙공영사(憑公營私)의 끝, 파멸
온 국민의 의혹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그 판도라의 상자가 서서히 열리면서 우리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국민들의 허탈감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영끌족 청년 세대에게는 배신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이 더욱 국민의 공분과 배신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사건의 관련자가 국회의원, 판사, 검사, 고위 공직자 등 대부분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공직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높은 지위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사욕을 탐하려 한 것이다.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비리나 부정은 그냥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겉으로는 공적일, 공익을 위하는 것 같이 하면서 안으로는 자신의 사욕을 위하는 빙공영사(憑公營私)의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다.

빙공영사는 국가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가 정권 유지나 정치 목적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들의 통치 행위나 정치 행위가 겉으로는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권유지나 정치 목적을 위한 빙공영사다.

자신의 치적을 위한 공적(功績) 정책, 다음 선거를 위한 선심 정책, 정권 유지를 위한 포퓰리즘 정책 등은 모두가 빙공영사 정책이라 하겠다. 그러나 국민은 우매하지 않기에 그것이 국민을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빙공영사였음을 알게 된다. 

역사 속 수많은 정권 찬탈자들이 내세운 명분은 하나같이 위난의 나라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정권욕을 위한 빙공영사였음을 알 수 있다. 박정희의 5.16, 전두환의 12.12도 그 한 예라 하겠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말로는 권력욕으로 망하였다. 공(公)으로써 사욕을 취하는 빙공영사, 그 끝은 파멸이다.

▴ 공평무사, 청렴결백의 준칙
공직자가 권력이나 이권(利權)에 관련된 직무나 직책을 맡게 되면 자칫 자기도 모르게 빙공영사의 비리에 빠져들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채근담에서는 공직자는 공무에 임할 때는 2가지 준칙을 엄수하라 했다. (居官有二語 曰 惟公則生明 惟廉則生威) 뜻을 새겨보면 하나는 공평무사(公平無私)의 준칙이요, 또 하나는 청렴결백(淸廉潔白)의 준칙이다.

공직자가 공무를 처리할 때 어떤 일이든 또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한 잣대로 한다면 일이 공명(公明)하고 정대(正大)하게 처리되어 탈이 없다. 처리한 공무가 탈이 나는 것은 공직자의 삿된 마음이나 편견으로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권위는 지위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청렴결백(淸廉潔白)에서 나온다. 청렴한 공직자를 보면 지위와 관계없이 존경과 신뢰를 갖게 되어 저절로 권위가 서게 된다. 그러므로 공직자는 무엇보다 청렴의 덕목을 지녀야 하고 일의 처리는 결백(潔白)해야 한다. 채근담에서 제시한 공평무사와 청렴결백의 준칙, 모르는 공직자는 없다. 단지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빙공영사의 비리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 사불삼거(四不三拒)의 정신
옛날 조선시대 관료들은 사불삼거(四不三拒)를 불문율로 삼았다고 한다. 관료들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四不)로는 재임 중에 부업을 갖지 않는 것, 땅을 사지 않는 것, 집을 늘리지 않는 것, 부임지에서는 그곳의 명산물을 결코 취하거나 먹지 않는 것이다. 연산군 때 풍기군수 윤석보는 아내가 시집 올 때 가져온 비단을 팔아 채소밭 한 뙈기를 산 것을 알고는 사표를 냈다고 한다. 

또한 관료들이 재임 중에 거절해야 할 세 가지는 (三拒) 윗 사람의 부당한 요구, 경조사때 부조, 청을 들어 준데 대한 답례이다.

중종 때 청송부사인 정붕은 당시 영의정 성희안이 청송의 명산물인 꿀과 잣을 보내달라고 부탁하자 “잣나무는 높은 산위에 있고 꿀은 민가의 벌통 속에 있거늘 이를 어찌 구하리까?” 하고 거절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공직자의 불문율인 사불삼거(四不三拒), 오늘날의 잣대로 볼 때는 지나치리만치 엄격하고 오늘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바도 있다. 그러나 그 정신만은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 익선관을 가슴에
조선시대 임금이나 신하들은 매미 날개 모양을 본 뜬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정무에 임했다. 매미의 5덕인 배움(文), 깨끗함(淸), 청렴함(廉), 검소함(儉), 믿음(信)의 5덕목을 간직하여 정사에 임하라는 것이다. 익선관, 오늘날 머리에 쓸 수는 없겠으나 가슴에 새기고 새겨야 하지 않을까!

▴ 그렇다. 어찌 공(公)으로써 사(私)를 취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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