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00년의 영광’...새로운 미래전략 필요하다

대전의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2013년에 기록한 153만 3천여명을 정점으로 내리 8년째 감소해 현재 145만 7천여 명으로 8만 명 가까이 줄었다. 경부선 철도역이 대전역을 통과한 1905년, 2천500명에 불과했던 무명의 대전시가 불과 백여 년 만에 인구 150만을 초월한 경이적인 도시성장에만 익숙했던 대전 시민들로서는 도무지 낯설지 않을 수가 없다.

1998년 대전시는 광주광역시 인구를 초월하여 그 격차가 6만 명 이상 벌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1만 명 이내로 줄어 내년쯤이면 재역전될 전망이다. 일반시인 수원시의 인구가 120만 명에 도달했으니 광역시로서의 대전시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중앙정부의 도시와 지방정책은 철저하게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벼이 다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대전시의 인구 감소는 10여 년 전부터 예견된 일로써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인구감소 전망을 줄곧 외면하면서 무사안일로 일관한 대전시정의 대처가 정작 놀랄 일이다. 대전시의 인구감소는 이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 되고 있어서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2020년 대전의 가임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전국 평균 0.84명에도 못 미친다. 작년 출생아수도 7천400명에 불과해 10년 사이 절반이 줄었다. 대전의 인구 자연증가율조차 타 도시에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전 원도심의 지방소멸위기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 동구의 판암2동, 중구의 문화동, 서구의 기성동 등은 이미 지방소멸지수(20~39세의 가임여성/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0.5 이하로 떨어져 동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1만 1천여 명이 대전시를 떠났다. 그 중 청장년층이 4천800여 명으로 43%를 차지했다. 젊은 세대 절반 가까이가 대전을 등진다는 사실은 대전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2010년부터 지난 10년간 대전을 떠난 15세~39세 사이의 젊은 층이 누적적으로 55만 명을 넘는다.

2012년 세종시 출범이래 세종시로 유출된 대전 인구가 12만 명에 이른다. 이와 같이 대전의 사회적 인구이동이 수도권으로 또 세종시로 급증한다는 사실은 대전이 청년친화도시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전의 도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가 시민들의 미래 먹거리와 일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결과다.

인구유출과 경제적 쇠퇴, 대전의 위기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대전의 침체와 쇠퇴조짐은 쉽게 읽힌다. 대전시의 지역총생산액(GRDP)은 2019년 42조 8천억 원으로 여전히 전국 15위다. 서울의 1/10, 충남의 1/2에 불과하다. 1인당 지역총생산액도 2천800여만 원에 불과해서 전국 14위로 울산의 1/3 밖에 안된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지역경제 수치다.

작년 대전산업단지 4곳은 생산액이 감소했다. 대전이 자랑하는 대덕특구의 생산액도 1조 4천억이 감소해서 감소율이 28%에 이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덕연구단지가 출범 50주년이 다되어 가지만, 2010년 이후 광주, 대구 등 5개의 대형 연구개발특구가 신설됨과 함께 전주, 창원 등 12개의 강소특구가 추가 지정되는 등 대덕특구는 전국으로의 분원이 가속화됨으로써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학도시 기본전략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미 한국전력연구원은 나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경주로 분원을 결정했는가 하면, 300여개의 벤처기업들은 일찍이 이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대덕특구의 매출액은 18조 4천억 원에 불과해서 전체 특구의 1/3로 줄었다. 출범 10년도 안된 판교벨리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2019년 초, 문재인 대통령 주관 하에 대전시청에서 ‘4차산업혁명 선도지역 거점창출전략’으로 2022년까지 연구개발특구 내 기업 7500개, 총 매출 70조원, 고용 30만 명의 목표제시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대전의 인재가 다행히 지방대학을 진학한다 해도 졸업 후 대덕특구에서 직장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대전시가 ‘2023년 인구 순유입도시’로 만든다며 ‘대전형 양육기본수당 정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출생 후 만3세 미만 아이에게 3년간 매월 30만원의 지급, 자녀 돌봄과 교육지원체계의 강화, 그리고 인구정책 총괄기구를 신설한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물론 민선7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 이런 정책으로 설마 2년 안에 출산율을 올리면서 대전을 인구 순유입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만일 그렇다면 큰 착각이요,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전 인구감소가 너무 심각한 상황임을 알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정책쯤으로 보인다.

대전의 인구정책, 실효적 성과 내려면

그렇더라도 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내기위해서 그리고 대전의 인구정책이 올바른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안들을 고려했어야 했다.

첫째, 대전시는 그동안 30여개의 크고 작은 인구관련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새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기존의 정책들의 효과와 문제점 및 보완점을 면밀히 평가해서 시민들에게 공개한 후 새 정책에 반영했어야 했다.

둘째, 대전시정은 시민의 힘을 강조하고 시민주권시대를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중요한 정책들에 대해서 시민들의 참여를 등한시하면서 관주도 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전을 떠나려는 당사자들 그리고 대전의 미래를 신뢰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로 부터 충분한 의견수렴과 대안마련을 위한 고견청취를 소홀히하고 있다. 대전 인구정책은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대 형성 없이는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셋째, 대전의 인구감소를 인구관리방안 그 중에서 출산장려금과 육아지원금 같은 현금지원으로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구감소의 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대전 도시침체 요인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보다 종합적, 체계적, 전략적 그리고 단·중·장기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단기적, 산발적, 중복적, 무사안일한 정책들은 더 이상 내놓으면 안된다.

넷째, 오랫동안 대전의 인구정책은 성장지향적이다. 20년 전에 목표로 한 대전인구는 2백만 내지 170만이었다. 지금도 대전의 도시개발 정책은 인구의 증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인구증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대전의 적정인구 규모를 얼마로 할 것인지를 재정립하는 한편, 인구정책의 목표와 그 목표를 향한 도시발전의 비전과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즉 과도한 부동산 개발위주의 성장중심의 도시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물리적 개발의 축소와 함께 시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목표로 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부활에 성공한 도시들의 공통점

끝으로, 도시의 초광역화 전략은 세계적 추세다. 영국 도시들의 City Deal 구축, 프랑스의 그랑프리 Project, 일본의 메가시티 리전, 중국의 징진지 구상들은 모두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통적 광역화 전략들이다. 대전의 초광역화 계획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또한, 도시침체를 경험한 영국의 런던, 일본의 오사카 같은 외국의 대표적 교통도시들은 역세권 개발과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교통도시 정체성를 되찾으면서 도시 재창조에 성공했다.

대전시도 제대로 된 역세권 개발과 KTX 호남선 서대전역 회귀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전의 보물인 국립대전현충원은 추모·교육·힐링·관광이 네트워크화 된 복합 메모리얼 파크로 조성해서 대전의 유동인구를 늘리는데 활용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중의 하나다.

결론적으로, 도시도 인간과 같이 영원하지 않다. 성장하다가도 잘못 관리되면 쇠퇴하고 소멸한다. 그러나 소멸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부활한다. 침체와 쇠퇴의 조짐을 보인 도시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도시의 양극화, 원도심과 산업단지의 붕괴, 정체성 없는 도시, 리더십과 주민참여의 부재 등이 대동소이하다.

이 침체와 쇠퇴위기를 극복해서 도시부활에 성공한 도시들도 공통점이 있다. 그 힘의 원천은 구시대의 낡은 사고와 관행을 타파하고 새 시대의 질서와 창조적인 전략을 만들어 낸 리더들의 빛나는 지혜와 리더십 그리고 시민들의 용기와 단합이다. 지난 백 년 동안 시민들이 이룩한 도시의 매력, 저력, 활력을 되찾아 대전의 심장이 다시 뛰게 해야 한다. 지금 대전은 올바른 인구정책의 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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