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원 칼럼]
’고발사주‘ 의혹, 신속한 수사가 관건
공수처·검찰, 조직 명운 걸고 진상 밝혀 ‘국민갈등’ 해소해야

한기원 칼럼니스트
한기원 칼럼니스트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선생의 장편 대하소설 ‘토지’는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일렁였던 1897년부터 일제강점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반세기동안 일어났던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민중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히 ‘소설로 쓴 한국근대사’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원고지 4만장 분량의 대작이다.

박경리 선생의 펜 끝에서 태어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 아름답고 생생한 언어, 백정에서 양반까지 수많은 군상들은 참다운 삶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야말로 ‘길 위의 인문학’인 셈이다.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토지’는 지주와 소작인의 대립을 다룬 것이 아닌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땅을 많이 가진 대지주는 외세의 침략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땅 때문에 고통과 좌절을 겪고, 땅을 갖지 못한 소작인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마치 험난했던 우리 정치사를 고스란히 묘사한 것으로 보여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요즘 이른바 ’고발사주‘게이트로 요동치는 대선판을 지켜보며 거기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이들의 생존을 위한 필사의 이전투구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발언이 오락가락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검사출신인 김 의원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고발장을 직접 썼다’고도 했고, ‘누구에게 받았는지, 전달받았다면 이를 당에 전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도 했다.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뉴스버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검찰 관계자가 국민의힘과 협력해 고발을 사주한 뒤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총선을 이끌려고 한 것 아니겠는가.

‘공정과 정의’를 외치다가 이 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윤석열씨가 검찰총장 재임시 벌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번 메가톤급 게이트는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심각한 검찰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자 정부 조직인 검찰의 사유화로 국기 문란이라는 점에서 엄중하다. 윤석열씨의 연루 여부에 따라 대선 판도가 크게 뒤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공수처와 검찰은 이 사건을 조직의 명운을 걸고 정치적 고려없는 신속한 수사로 사건 진상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이제 국민의힘은 결국 ‘경선버스’가 아닌 고발사주의혹을 보도한 매체인 ‘뉴스버스’에 올라탄 형국이 되고 말았다.

적어도 ‘정치인과 국민’은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가 아니다.
비록 오랜 갈등의 관계이긴 했어도 결국은 ‘동등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토지‘를 통해 박경리 선생은 ​’인간은 대지에 뿌리 박아야 참된 진지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혼불을 불살랐지만 무릇 모든 ’선거‘는 결국 여야를 막론하고 거짓없이 국민의 신뢰에 뿌리 박아야 참된 민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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