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코로나 대괴질에 바다,산,강 그리고 에어컨 앞 그 어느 곳에도 올 여름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가 옛 선비들과 함께 피서를 즐겨봄이 어떨지. 

▴ 정약용과 함께 자연 피서하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시(詩) 소서팔사(消暑八事)에 8가지 피서법이 소개 되었다. 대나무 자리를 깔고 바둑 두기,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달 밝은 밤 탁족(濯足)하기다. 8가지 모두가 자연을 통해 즐긴 피서법이다. 아파트 시대, 냉방기계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 정약용의 자연 피서법을 얼마나 느낄 수 있겠냐마는 이번 여름에는 정약용과 함께 자연 피서법을 즐겨봄이 어떨지.

▴ 계곡물에 발 담그기
옛 선비들은 삼복더위에 물맞이 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싶었겠지만 신분과 체면 때문에 맨 몸을 드러낼 수 없어 흐르는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 더위를 식혔다. 이것이 선비들의 피서법인 탁족(濯足)이다. 당시 선비들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하녀들이 준비한 삼계탕을 먹거나 붕어, 메기 같은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보양을 했다. 

발은 온도에 민감한 부분이고 특히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발만 물에 담가도 온 몸이 시원해진다. 또한 흐르는 물은 몸의 기가 흐르는 길을 자극해 주므로 건강에도 좋다. 이처럼 탁족은 선비들에게 한 여름 피서법일 뿐만 아니라 맑은 물에 마음을 깨끗이 씻는 정신수양법 이기도 하였다.

코로나가 염려되는 바닷가 피서보다는 옛 선비 따라 산중 계곡에서의 탁족 피서는 어떨지.  

▴ 연꽃 피는 소리 들어 보기
옛 사람들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꽃의 향이 4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이른 봄 달빛에서 맡는 매화의 향기인 암향(暗香), 4~5월에 피는 라일락꽃의 라일락 향, 한여름에 피는 연꽃의 연향, 11월에 피는 만리향 꽃의 만리향이다. 이중에서 한 여름에 피는 연꽃을 감상하며 그윽한 연향을 맡는 것은 옛 선비들의 빼놓을 수 없는 여름 피서법이었다. 

옛 선비들은 한 여름의 더운 기운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는 처서가 지나면 서대문 옆에 있는 서련지(西蓮池)로 갔다고 한다. 서련지라는 연못은 인왕산의 화기(火氣)를 잡으려고 만든 인공 연못으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연꽃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당시에 장안의 선비들은 새벽녘에 말을 몰아 서련지로 가서 동틀 무렵이 되면 이 연못에다 배를 띄우고 연잎에 술을 가득 부어 연대로 술을 마시며 연꽃이 터지는 소리를 감상 했다고 한다. 연꽃은 보통 새벽에 피는데 이때 작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동트기 전에 연꽃 소리를 듣는 청개화성(聽開花聲)이 바로 옛 선비들의 피서법이었다. 

지금까지 피어 있는 연꽃 구경만 하였다면 이번 여름에는 새벽녘 연꽃 피는 소리를 한번 들어봄이 어떨지.    

▴ 풍류와 독서하기
조선 중기 때 문신이며 학자인 김인후가 전남 담양에 있는 ‘소쇄원(瀟灑園)’에 대해 지은 ‘소쇄원 48영(詠)’이라는 시에 보면, 선비들이 한여름 날에 더위를 피해 계곡에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거문고를 뜯고 장기도 두면서 풍류를 즐기는데 특히 소용돌이치는 계곡물에 술잔을 띄워 서로 술잔을 주고받는 광경은 일품이라 하겠다. 이처럼 옛 선비들의 빼놓을 수 없는 피서법이 풍류를 즐기는 것이었다. 

잠시 소쇄원에 대해 설명하면, 조선 전기 때 문신인 양산보가 담양에 정원을 짓고 그의 호를 따서 소쇄원이라 했다. 사돈 지간인 김인후가 소쇄원에 대해 48편의 시를 지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또 하나는 독서이다. 숙종 때 뛰어난 유학자였으나 평생 벼슬을 사양하고 재야 학자로만 지냈던 ‘윤증’은 暑(더위 서)라는 시를 지었다. ‘구름은 아득히 멀리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누가 이 더위를 벗어 날 수 있을까, 더위 식힐 음식도 피서 도구도 없는데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게 제일이구나’ 라며 독서를 피서법으로 권하였다.

자연 피서법이 어려우면 에어컨 빵빵한 커피숍에서 책을 보는 커피숍 독서 피서법은 어떨까. 

▴ 조선시대 여인들의 피서
한여름에도 치마 속에 속옷, 속바지를 겹겹이 챙겨 입었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한 여름은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여인들에게 한 여름의 고통에서 해방 될 수 있는 날이 음력 6월 15일인 유두날이다. 유두(流頭)는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뜻이다. 음력으로 6월 15일이면 한여름에 해당되기에 유두날에 동네 여인들이 개울가에 모여 머리 감고 멱 감으며 놀았으니까 이날은 조선시대 여인들에게는 더위에서 해방되는 날이라 하겠다. 

▴ 얼음 수박 피서, 천렵 보양 피서
조선시대 관료들은 복날이면 얼음과 교환 할 수 있는 빙표(氷票)를 하사받아 금보다 귀한 얼음을 갈아 수박과 함께 먹는 호사를 누리는 피서를 하였고, 서민들은 냇가에 가서 천렵을 하며 보양 피서를 즐겼다.

▴ 그렇다 이번 여름에는 ‘소쇄원’으로 피서나 가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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