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여든번째 이야기] 기본소득, 찬반을 떠나서 볼 것들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이재명 경기지사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TV토론이 4차례 열렸다. 기억에 남는 건 ‘이재명과 기본소득’ 뿐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놓고 후보들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추미애만 빼고.

이 지사는 지난 3일 첫 TV토론에서 기본소득이 1호 공약이 아니라고 물러섰다. 후보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양 이 지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말 바꾸기’에 실망했을 국민과 당원에 사과하라는 후보도 있었다. 

1등 주자를 잡아보려 애쓰는 후보들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TV토론에서 나온 이재명과 기본소득은 큰 내상을 입은 것 같진 않다. ‘이재명’이란 유력 대권 후보 몸값만 올려준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1대 7로 몰리는 상황에도 그는 ‘싸우지’ 않았다. 여유 있게 대처했다.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는 것처럼.  

이 지사가 자신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뒤로 물린 이유는 뭘까. 그는 이미 당내 경선은 이겼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야권 후보와 본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에 의구심을 가진 중도층을 잡으려는 의도에서 ‘전략적 후퇴’를 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쟁 후보들도 그의 이런 전략을 모를 리 없다. 
 
기본소득은 찬반이 분명히 갈리는 이슈다. 찬성론자들은 전 국민에 기본소득을 균등하게 지급해야 공정성에 맞고, 고소득층 조세 저항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국가 부채를 우려하며 저소득층 복지 확대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충돌은 여야와 보수·진보를 구분하기에 앞서, 같은 진영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다시 말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재명의 기본소득은 국채 발행이나 증세 없이 시작해 순차 시행한다는 것이다. 예산 조정으로 10조~25조원까지 마련해 국민 5200만명에 연간 20만~50만원 기본소득을 준다. 매월 1인당 1만6600원~4만1600원 꼴이다. 

이후 조세감면과 축소를 통해 50조원을 마련해 연간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게 중기 목표다. 혹자는 ‘그래봤자 월 8만3000원’이라고 푼돈 취급한다.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려면, 기본적으로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야 공감대를 이뤄나갈 수 있다. 

단기적 기본소득을 접한 국민이 정책에 호응하면 중간 단계로 넘어가고, 중간 단계에서도 동의를 얻으면 증세로 나아가는 식이다. 이재명은 1호 공약을 떠나 이걸 ‘하겠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보라. 덴마크의 경우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그래도 불평 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아니, ‘행복하다’고 한다.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병원비가 무료다. 실업자들은 정부가 2년 동안 실업급여를 지급하며, 직업훈련을 시켜 재취업을 돕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내가 낸 세금만큼 혜택을 받는다’라는 신뢰가 깔려 있다.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란 책에 이렇게 썼다. “기본소득은 빈곤을 낮추고 소비를 늘린다는 점에서 ‘비용’이 아닌 ‘투자’다.” 우리 국민에게 월급의 반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순순히 통장을 열까. 문제는 ‘이재명과 기본소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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