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리는 비, 2021-07, 송선헌
날리는 비, 2021-07, 송선헌

1. 우산(雨傘), 너는 
 너는 희한하게도 그림자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꽃처럼 접었다 피었다 하는 너는 
아쉬울 때 뒤집어지면서까지 충성을 다한다.
너도 내 갈비뼈처럼 살이 있고
인연으로 이어지라는 손잡이는 심장처럼 따숩고
타악기처럼 비로 음악을 연주한다.

 너의 본적은 중국인데 
거실 벽 기울어진 지우산은 아직도 짝을 찾고 있고
장식인 횟집의 우산은 사랑하는 이의 입에 먼저라 강요하고
비싸다는 롤스로이스 앞 문 장우산보다도 
속옷처럼 얇은 청비닐 우산 속 가까운 연인들이 
무한정 부러운 요즘이다.

타고난 비를 막는 너의 운명도
따뜻한 우리 사이는 막지 못하는데
그래서 비도 잠시 쉬었다가
내려앉는다.

그런데 저기 마쵸들은 상관없다는 듯 그냥 가네.
 

2. 진나라의 시황제의 우산, 傘 
 결혼도하지 않고 35년간 즉위했던 진시황(기원전 259~210)은 통일 후 5차례 전국을 순행(巡行)했고, 죽음도 순행 중 마차에서 맞았다. 진시황 29년 순행 중 장량(張良)과 대력사의 기습으로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었던 터라 기습 공격에 방어하기 위한 무기가 필요했고 어느 마차에 탄 줄 모르게 여러 마차에 번갈아 바꾸어 탔다. 
 시황제릉 서쪽 20m 갱(坑)에서 마차가 발굴(1980)되었는데, 도굴되지 않은 청동기 파편 3천 여 점을 8년 간 복원한 것이 시안 병마용(兵馬俑) 박물관에 있다.
황제의 어용 마차는 4필의 말이 끄는 즉 사마거(駟馬車)로 박물관의 것은 실제의 1/2 크기다.
마차는 모두 구리(銅)으로 제작, 정교함의 극치를 보인다.
그런데 이 마차의 우산에 High technology의 비밀이 숨겨있다.
傘은 고대 장(障, 가리개)에서 유래했다. 
傘은 해나 먼지 등을 가리기 위해 또는 비상시엔 방어와 공격용 무기가 되었다.
傘을 분리하면 우산대는 창, 덮개는 방패 기능을 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傘, 우산대는 분리하여 흙에 꽂을 수도 있었고 무기를 그 안에 감추었다.
 이런 복잡한 傘을 기원 200여 년 훨씬 전에 만들었다면? 믿기 힘들 것이다.
傘의 손잡이는 자동 개폐식으로 좌대에는 경첩, 잠금장치, 홈 등이 있다.
傘을 원하는 방향이나 각도로 조절이 가능했다.
傘엔 22개의 우산살이 있다.
傘, 꼭대기와 동으로 만든 덮개의 연결부분은 하나의 청동 톱니바퀴로 되어 있는데 중국 최초의 톱니바퀴다.

 시황제의 傘에선... 위정자들의 목숨 부지를 위한 불안감이 엄청났음을 이해한다.
가서 실제로 보면 그 정교함에 현대인이라는 우리도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우산도 그렇지만 세계사에 중국의 영향이 대단했음을 인정하고 꼭 그것이 사대가 아님을 자각한다.
썩어빠졌다고만 하지 말고
우리의 조선성리학처럼 우리! 21C의 대한민국을 창조해야만 하는 우리다.


3. 잘츠부르크의 우산
 여긴 
연주하고 춤추고 그리는 예술 때문에
언덕(Berg) 위의 성(Burg) 때문에
물감처럼 다양한 색 때문에
흉내 내기 힘든 히스토리 때문에
영화 아마데우스 때문에
인기 많은 벨베데르 궁전 때문에
내 친구 클림트가 묻힌 중앙공원 묘역 때문에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고 장례도 치른 슈테판성당의 빛 때문에
합스부르크 왕가의 돌출된 턱 때문에
고전음악 연주장에 꽉 찬 심각한 미소들 때문에
신년음악회처럼 신선한 기대 때문에
끌리는 곳, 잘츠부르크.

 또 여긴, 
Getreidegasse 22, 5020 Salzburg, Austria다.
1903년 소금(Sal)을 생산하던 Salzburg에 문을 연 
키르히탁(Kirchtag) 가게는 Kirk, Kirche의 교회라는 뜻이며
여긴 4대째, 100년이 넘는 장인의 우산 가게다.
우산대의 광택을 내는 작업만 석 달이 넘게 걸릴 정도로 정성을 그리는 곳이다.
여기선 손잡이와 원단 그리고 크기와 디자인까지 선택할 수 있다.
평생 쓸 수 있는 선물을 만들기에 정해진 수량만 생산한다.
그러니 나만의 우산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굳이 찾아갔던 이유는 
딸 MJ의 미래 혼수품 중 하나가 될 우산 때문인데
이젠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고
당연히 송금도 해야겠지요?
만약 잊어 먹으면 어쩌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도 하면서...


이름: 송선헌(宋瑄憲)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Preceptor and Research Fellow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 충남지부 감사

2013년 모범 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상

2019년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장려상과 입상 수상

저서: 임상 치과교정학 Vol. 1(웰 출판사)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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