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소비재로 보면, 반드시 실패한다

지난 2017년 대전 원도심 청년구단 개장식 모습. 국비를 포함해 20억 원이 투입됐지만 개장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자료사진. 
지난 2017년 대전 원도심 청년구단 개장식 모습. 국비를 포함해 20억 원이 투입됐지만 개장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자료사진. 

“아직도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이 청년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시각이 만연하다.”

지난 2019년 4월, 한 청년단체 대표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눈물을 흘리며 호소한 이야기다. 그 후 2년이 흐른 지금, 청년이 대한민국 이슈의 중심에 섰다. 36세 청년이 제1 야당 대표가 될 만큼, 정치문법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청년을 소비’하는 현실은 여전히 견고하다. 정치와 행정은 청년을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그들이 느끼는 빈부격차, 불공정 관행 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데 무관심하다.

25세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이준석 현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박 비서관을 임명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른바 ‘청년 소비설’이다.

더 큰 역풍도 몰려왔다. 상위 1% 명문대 졸업생들도 5급 행정고시에 합격하려면 3년 이상을 꼬박 매달려야 하고, 그렇게 공무원이 되도 30년을 근무해야 1급을 보장받기 어려운데, 하루아침에 로또에 당첨되듯 25세 청년이 청와대 1급 비서관에 발탁된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청년의 마음을 얻으려다 도리어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토론배틀 방식으로 대변인을 뽑겠다며 ‘나는 국대다’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면서, 청년을 소비하려고만 드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쯤 되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청년들은 색안경부터 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청년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박근혜 정권시절부터 정부가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전통시장 등에 344개 청년몰 창업을 지원했지만, 절반 이상이 폐업한 상태다. 창업 전문가들은 “노련한 경험자가 상권이 잘 형성된 곳에서 창업해도 성공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전통시장 점포 몇 곳을 리모델링해주고 임대료 지원을 한다고 몇 년이나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의 ‘청년구단’과 같은 곳이다. 대전시는 지난 2017년 동구 원동 전통시장인 ‘중앙 메가프라자’를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음식점 등 창업공간으로 제공했다. 국비 7억 5000만 원을 포함해 총 20억 원을 투입해 온갖 시설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청년구단은 지난 2019년 8월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방송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면서 반짝 주목을 끌긴 했지만, 결국 모든 점포가 문을 닫았다. ‘20억 원 혈세만 낭비한 대표적 실패사례’로 오명을 남기게 됐다.

청년구단 뿐 아니다. 청춘너나들이, 청춘dododo, 청춘다락 등 청년공간 지원사업을 벌였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전시 청년정책 자문경험이 있는 청년활동가 A씨는 “청년정책의 과실이 청년들에게 돌아가기 보다는, 공간조성과 시설을 제공하는 업체에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청년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청년들도 나중엔 그저 소비되고 말았다는 허탈감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와 행정이 청년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려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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