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김충남 강사.
김충남 강사.

▲ ‘옳다’가 아니라 ‘좋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의 동물이다. 그렇다면 이성과 감성 중 어느 쪽의 영향을 더 받을까?
사물을 판단하는 데는 옳고(是) 그름(非)의 이성적 판단이 작용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에 있어서는 좋아함(好) 좋아하지 않음(不好)의 감성적 판단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보면, 어느 미혼 여성이 청혼을 해온 남성과 선을 보고 데이트를 했다. 학벌, 집안, 직업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킹카인데 그 여성은 청혼을 거절했다. 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여성은 결혼의 조건이 이성적으로는 옳다(是)고 판단되었겠지만 최종적으로 좋다(好)는 감성적 판단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감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결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는 부모의 이성적 판단이 자식의 감성적 판단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네들끼리 좋아하는데 부모인들 어떻하겠어’라고 하지 않는가. 이성적 판단을 하였더라도 그 결정은 감성적 판단에 의한다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요, 옳다(是)가 아니라 좋다(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 악어의 눈물, 노무현의 눈물
악어는 입과 눈물샘의 신경이 같아서 먹이를 먹을 때 눈물도 흘리게 되는데 마치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악어의 눈물을 거짓 눈물로 빗대어 쓰고 있다. 
위선자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흘리는 위선의 눈물, 교활한 위정자가 국민을 속이기 위해 흘리는 거짓 눈물이 악어의 눈물 같다. 거짓의 악어 눈물은 혐오감을 주어 분노의 마음까지 불러온다. 가끔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 수단으로 마음에도 없는 삭발을 하며 흘리는 악어의 눈물이 얼마나 혐오스럽고 가증스러운가!

진정성 있는 참회의 눈물은 진심이 전해져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자아낸다. 
2002년 대선 때 당시 여당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를 50만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된 대역전 드라마는 ‘노무현의 눈물’이었다. 노무현의 눈물이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동정심과 연민의 측은지심을 자아내게 하였고, 결국 국민은 이성의 지도자인 이회창이 아니라 감성의 지도자인 노무현을 택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 심지어 범죄자의 눈물까지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악어의 눈물인지 진정성의 눈물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 진정성의 마력 
진정성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 마음의 작용으로 감동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감동이 일어나면 이성(理性)을 초월한 감성(感性)이 발휘되어 마력을 발휘하게 된다. ‘말만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하지 않았는가. 말을 잘하여 채권자가 진정성을 느끼게 되면 천냥 빚을 탕감해주는 마력이 발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84년 미국 22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일 때, 민주당 ‘클리블랜드’후보에게 열 살짜리 사생아가 있다는 충격적 비밀이 드러났다. 그는 선거 참모들이 강력히 부인하라는 권고를 단호히 거부하고 자신의 치부를 국민 앞에 털어 놓았다. 절호의 기회로 여긴 상대 당 공화당의 대대적 선전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듯 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클리블랜드가 22대 대통령에 당선 된 것이다. 미국 국민들은 그의 치부 보다는 솔직하고 용기 있는 그의 진정성을 높이 산 것이다. 

내가 누구에게 잘못을 했다. 변명으로써 그 잘못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진정성으로써 정면 돌파 하라는 것이다. 진정성은 클리블랜드의 당선처럼 엄청난 마력을 발휘하게 된다.

▲ 진정성의 사과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사과 하느냐이다.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형식적, 가식적 사과는 도리어 불신만 키워 아니함만 못하다. 진심 어린 진정성의 사과를 하려면 사과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료해야 한다. ‘죄송스럽다’라는 식의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 
‘비록 잘못을 했지만’이라는 식의 조건이나 사족을 단 사과도 진정성이 없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식의 형식적인 다짐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다짐의 사과를 해야 진정성 있는 사과가 되어 믿음을 갖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의 사과와 함께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 진정성의 지도자
“언제나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라. 처음에는 화를 내고 욕도 하겠지만 국민에게 숨기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국민은 지도자를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이것은 영국 수상 처칠의 말이다. 국민이 화가 나는 것은 정책의 잘못 보다는 그것을 속이고 은폐하려는데 있다.

1997년 5월에 서울 변호사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정직성이 44.2%로 가장 높았다. 
그렇다, 우리는 정직하지 못한 지도자, 진정성 없는 지도자들에게 얼마나 환멸을 느끼고 있는가. 진정성 있는 지도자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간절한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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