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지방자치 30주년의 진짜 의미

세종시의회 전경.
세종시의회 전경.

올해는 지방자치제 시행 3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주민 참여 확대를 핵심으로 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지난해 말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 반면, 세종시 선출직 의원들은 오히려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사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때이른 대선 줄타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8명은 지난 15일 야권 유력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민간 조직과 함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기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의 행보는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 일정이 포함된 정례회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 같은날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한 시민사회로부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빈축을 샀다.

더군다나 집회 직후 노종용 부의장은 시의회 사무처에 해당 민간 조직이 작성한 보도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해달라 요청했고, 이 자료는 출입기자 250여 명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사무처의 존재 이유와 언론의 역할을 의원 개인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부의장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정례회 업무가 한창인 공무원들까지 선관위 조사를 받게 되면서 행정력도 낭비하게 됐다.

특히 공직선거법 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에 이를 지시하고도 “단순 부탁이었다. 의원의 정치적 활동이 모두 의정활동이 아니냐”고 해명한 부의장의 발언은 의장단에 속한 대표라고 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의정활동의 범위와 지방자치 30주년의 의미

의원 집단 또는 개인의 의정활동을 언론과 시민에 알리는 일은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사무처의 업무에 속한다. 다만, 이 의정활동의 범위는 주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 범위에 한정된다.

지방의회와 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대표, 의결, 입법, 감시 등의 지위를 갖는다. 의결권과 행정감시권, 자율권, 선거권, 청원수리권, 의견제시권, 서류제출요구권, 출석요구권과 질문권, 보고받을권, 청구권 등의 권한도 부여된다.

의원 개인이 여권 유력 대선 후보를 선택해 지원하는 활동은 의정활동의 필수적인 요건인 주민을 대표하는 일과는 무관하고,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 범위에 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선택은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유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노무를 요구했다면, 의원 윤리강령과 행동강령 조례 위배 소지도 충분하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전국에 지원조직을 출범시키며 세몰이를 시작했다. 지역 정치권도 이 흐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세종시의원 17명 중 대부분이 이미 대선 후보군 지지 모임에 공동대표 등의 자격으로 참여하며 노선을 정했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발전위원장은 지방자치 3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의 핵심은 지방자치의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지방의회 운영 독립 등 확대된 위상과 권한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주민을 제대로 대표하는 데 쓰여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이번 정례회를 끝으로 하반기 2차례의 임시회와 1차례의 정례회가 예정돼있다. 원주민 아파트 임대료 할증 갈등과 인구 증가에 따른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립 문제,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 전환 갈등까지 주민의 대표자가 풀어야 할 현안도 한 가득이다.

주민을 대표하는 본연의 의정 활동에 충실해달라. 그리고 이만 자중하시라. 남은 임기 만큼은 지방자치 30주년의 진짜 의미에 대해 숙고해달라는 게 바로 주민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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