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일흔 여섯번 째 이야기] 사과는 없고 핑계만 있는 부동산 천태만상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선제적 조치를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불법 거래 의혹이 있다고 통보한 12명 의원 모두에 탈당을 권유했다. 당사자들은 펄쩍 뛰었다. 소명도 안 듣고 나가라고 하니 ‘억울하다’고 한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당으로선 재집권을 위해 급한 불은 끄고,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순순히 받아들이든, ‘찍소리’라도 내든, 결국 다 나갈 게 뻔하다. 그리고 불길이 잡히거나 비가 그치면, 하나둘 다시 돌아올 것도 뻔하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에 척결 의지가 있는 걸까. 자당 의원 출신이 수장으로 있는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했을 때 이미 의지는 반감했다. 야당과 손잡고 성역 없는 검찰 조사든, 국정조사든 받았으면 어땠을까.
비례대표 의원들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으니 ‘출당’으로 사정을 봐줬다. 특수본 수사 결과 문제가 없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복당할 수 있다. ‘12 의원’은 후일 ‘구당(救黨)정신’을 높이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 수석대변인은 “정치사에 이렇게 많은 의원을 출당 또는 자진 탈당 조치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고 당당했고, 당 대표는 “밤잠을 못 이루었다”고 눈물까지 글썽였다. 정치가 아무리 ‘쑈’라고 하지만, 낯뜨거운 장면 아닌가.
야당은 어떤가. 정의당을 비롯해 국회 비교섭단체 5개 정당도 권익위에 전수 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은 달랐다. 권익위 수장이 여당 의원 출신이라 못 믿겠다고 의심했다. 법적 권한도 없는 감사원에 조사를 맡아달라고 떼까지 썼다. 그래놓고 여론이 들끓으니 하루 만에 꼬리를 내렸다. 전당대회 흥행으로 어렵게 딴 점수를 쉽게 까먹은 꼴이 됐다.
정부는 또 어떤가. LH를 싹 뜯어고친다고 떵떵대더니 알맹이는 쏙 뺐다. 혁신안 핵심인 조직개편안을 9월 정기국회로 미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직 개편이 주거복지, 주택공급 등 국민의 주거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체 수준의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공언해놓고 ‘변죽’만 울린 셈이다. 9월은 각 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민감한 시기다. LH 조직 분리에 반대하는 지역 여론도 강해 정부 계획대로 개편안이 완성될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에서 부(富)는 ‘진보’하는데,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 토지 투기로 심화한다고 했다. 다주택은 고사하고, 다세대 주택을 전전하는 국민이 많다. 나무 한 그루 심을 땅 한 뙈기 없는 국민도 수없이 많다.
그런 국민들 눈에 작금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어떻게 비칠까. 똥이나 오줌이나 더럽긴 마찬가지다. 쇼(show)라도 좋으니, 국민들에게 잘못했다고 사과부터 할 순 없을까. 이 핑계 저 핑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