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1년 맞춰 ‘후보군’ 보도 봇물
후보군 긍·부정 회피하며 여론추이 관망
지나친 인물중심 보도, 유권자에 도움 안돼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상후보군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판박이 인물중심 보도 일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상상력만으로 현실성 없는 전망을 하거나 출마가능성이 희박한 후보까지 거론하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대전시장 후보군 보도도 마찬가지다. 전국단위 주요 언론은 물론 지역지까지 ‘지방선거 D-1년’ 기획을 통해 인물중심의 예상후보군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후보군 선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발견하기 어렵다. 다른 언론을 통해 거론된 인물, 출마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나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권 후보 중에는 현역인 ‘허태정 대전시장의 재선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지극히 상식수준의 정보 가치가 없는 전망,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대전시장 도전 여부가 최대 변수’라는 식의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상력에 근거한 해석 등이 주류를 이뤘다.

실제로 대전시장 후보군 보도와 관련해 박범계 장관의 한 측근인사는 “현재로선 박 장관의 출마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현 시장이 재선에 도전하지 못할 결격사유가 발생해 필패론이 지배적이지 않은 이상, 출마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 박범계 장관이 대전시장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5선 이상민 의원 출마가능성, 성윤모 산자부 장관 차출설, 장종태·박용갑 구청장의 체급 상향을 통한 시장도전 가능성,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사면과 재기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런 가설 모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에서는 박성효 전 대전시장의 설욕전, 총선 패배 후 절치부심 중인 정용기·이장우 전 국회의원의 도전, 신진 장동혁 현 시당위원장의 출마가능성 정도가 후보군 보도의 공통분모에 속한다.

당사자들이 지극히 말을 아끼고 있는 점도 나열식 보도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출마가능성이 거론됐던 박정현 대덕구청장의 경우, 언론인터뷰를 통해 구청장 재도전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시장 후보군에서 빠졌지만, 거론되는 다른 인사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출마여부와 관계없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K정치컨설팅 A대표는 “정치인이 출마를 결심하기에 앞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여론의 추이까지 살필 수 있어 의도적으로 후보군에 포함되기 위해 로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대표는 “민주당은 현역 허태정 대전시장의 재선도전이 유력하고 야권의 시장후보 경선이 오히려 주목을 끌며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은 본선인데, 지방선거에 앞서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대전시장 선거전 본선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나친 인물중심 후보군 보도가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지방선거 D-1년에 맞춘 후보군 보도가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후보군 선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기준제시 없이 떠돌아다니는 소문 수준의 후보군 보도 일색이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민선7기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지금 시점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를 점검하고, 부합하는 후보군을 발굴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보도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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