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이 되어버린 언론개혁
‘자책’이 따라오고 있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

그러니까 필자가 정치부기자로 활동하던 1997년쯤으로 기억한다.
노무현. 그가 부산시장선거에서 낙선한 후 전국을 순회중일 때 웬만한 기자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를 만나주지조차 않던 허허로운 시절이었다.
해질 무렵, 미래의 ‘거물급’정치인울 알아보지 못한 대다수 기자들을 뒤로하고 그와 대폿잔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소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당찬 목소리에서 아마도 부산시장 선거 낙선 후 그는 어떤 정치적 자신감과 ‘희망’을 읽지 않았나 어렴풋이 짐작한다.

당시 지역주의에 매몰돼 있던 고질적인 정치지형의 문제를 비롯 권력층에 만연해 있던 권위주의와 정경유착을 타파, 기존 정치권이 손도 대지 못했던 언론개혁, 각종 재벌 개혁에 대해 주저없이 당당하게 설파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 중에서도 그가 당시 수구언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것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그는 “수구언론을 그냥 두고서는 한국사회를 개혁할 수 없다"며 "정치인도 시민단체. 대안언론 등과 손을 잡고 수구언론의 무한권력을 고쳐야 한다"고 날을 세웠었다.

거대한 언론권력이 된 조선일보 등 족벌신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구언론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던 것이다.
또한 거대언론이 자기들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부당하게 짓밟고 힘없는 사람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등 부당한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고 개탄하며 시민과 정치인이 언론의 횡포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나는 당시 그와 헤어지며 언론권력에 맞서고 있는 ‘낯선 정치인’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신념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했었다.
그가 떠난 지 12년.
여전히 미완이 되어버린 언론개혁. 그가 있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한기원 칼럼니스트
한기원 칼럼니스트

현 정부와 국회가 언론개혁에 소극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심히 유감이다.

국회와 정부는 언론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나라의 장래는 없다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언론개혁에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족벌·재벌신문이 사주와 재벌을 위해 여론을 왜곡하고 있는데도, 언론개혁이 가장 시급하다는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권이 애써 외면하는 까닭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언론개혁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국회의 각성과 노력을 거듭 촉구한다.
또한 족벌 언론사주들의 대물림 과정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와 정기적인 세무사찰, 그리고 공정거래법의 철저한 적용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제라도 고 노무현대통령이 제기했던 '일제와 독재정권에 아부했던 추악한 과거를 숨겨온' 수구언론 극복을 위한 운동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가 이루지 못한 ‘푸른 꿈’이 자책이 되어 따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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